(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이재헌 기자 = 연초부터 불거진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 재건축 연한 연장 카드를 꺼냈다. 투기의 장으로 변질된 재건축 대상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시장과 정책의 경계를 혼동하는 전 정권의 부동산 적폐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아파트 재건축 연한은 지난 2014년 9월 발표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9·1대책)에 따라 재건축 가능 연한의 상한선이 30년으로 설정됐다.

대책 발표 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은 재건축 연한 상한선을 준공 후 20년 이상인 건축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을 포함해 최장 40년이던 재건축 연한은 30년으로 10년 단축됐다.

국토부는 이 외에도 주차장, 배관, 층간소음, 에너지 효율, 노약자 생활개선 등 생활 불편이 큰 경우에 대한 주거환경평가비중을 기존 15%에서 40%로 강화해 재건축 판정을 받기 쉽도록 했다.

이처럼 규제를 완화한 근거로는 과거와 같은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시장과열기의 규제가 지속돼 재정비구역 입주민들의 거주환경이 악화되고 도심 내 소형주택, 임대주택 등 신규 주택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가 2014년 9·1대책에서 제시한 재건축 규제완화 내용. 출처: 국토교통부>

이런 정부 입장은 4년만에 뒤집혔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 아파트들이 재건축 아파트 가격 강세에 힘입어 1%대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일 열린 주거복지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서울에서 집을 구입한 후 실제 직접 입주한 비율은 줄어들고 같은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한 경우는 늘어나는 등 투기적 목적의 수요가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최근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을 투기세력의 준동으로 규정했다.

김 장관은 회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안정성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수익을 위해 자원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구조적 안정성이나 내구적 연한 등을 고려해서 재건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책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재건축 연한 연장을 시사했다.

재건축 연한 연장이 도입되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가격 안정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노후년도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서울지역은 일단 공급 억제 부분의 영향이 더 있을 것이다"며 "다만, 노후 주택 가격상승률은 좀 더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시장의 영역과 정책의 영역을 혼동하고 있다며 급격한 정책 선회에 우려를 나타냈다.

주식 시장에서 일부 종목의 급등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산업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것처럼 주택시장에서 일부 지역의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서 곧바로 정책 개입을 시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강남 주택가격에 반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시장질서를 마련해야 하는데 정책으로 개입하는 행태를 정권마다 반복하면 부동산 시장은 없고 정책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남 등 특정지역에 재건축 수요가 몰린다고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허용하되 여기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임대주택 건설 등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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