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高) LTV(담보인정비율)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35%에서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발생할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21일 발표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고 LTV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은 60%다. 앞으로 LTV 6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경우 은행은 7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해야 하는 셈이다.

통상 은행의 익스포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는 부도율로 결정된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적인 대출로 분류돼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해왔다. 손실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줄곧 주택담보대출 공급에 치중한 은행이 '손쉬운 이자놀이'를 한다고 비판해왔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혁신기업 등 기업 대출에 소홀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14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의 분할상환을 유도한 이후 시중은행은 '고 LTV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일반 가계대출보다 높은 수준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해왔다.

만기 일시상환 대출이나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3건 이상의 다주택 담보대출자, 만기 시 원금 상환 10% 비만인 대출 등이 그 예다.

은행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금융당국이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더 높게 상향 조정한 것은 가계대출에 대한 잠재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번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으로 은행권의 평균 BIS비율이 최대 0.14%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당장 70%로 상향 조정된 위험가중치를 적용하지 않고 향후 2년에 걸쳐 현행 35% 수준인 위험가중치를 45%→50%→60% 등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 '은행 리스크 관리실태평가(이하 필라2)'에 가계부문의 편중된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감독하는 평가항목도 신설된다.

우선 은행별로 과도하게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할 경우 리스크를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가계신용 리스크'를 항목에 추가했다.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와 편중도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실태도 비계량 지표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만약 가계신용 리스크가 과도하거나 관리실태가 미흡한 은행에 대해선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금융당국과 업무협약(MOU) 체결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안에 금감원 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개별은행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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