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재정기획관에 소득세 등의 증세를 꾸준히 주장해온 학자를 임명하면서 증세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대통령비서실 재정기획관에 내정됐다.

재정기획관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직책으로 재정과 조세정책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국가재원 배분 계획을 기획하는 자리다.

재정기획관은 청와대 내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실장 산하가 아니라 비서실장 직속이다. 차관급으로 직급의 무게감이 있다.

사회적인 대타협이 필요한 조세정책의 변경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다루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자리로 볼 있다.

이 자리에 평소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증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온 인사가 임명됐다.

박 내정자는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등을 역임했고 올해 3월부터는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고소득자의 소득세 증세 등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금융연구원에서 올해 3월 내놓은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 추이와 원인 및 정책 목표'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나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조세를 통한 재분배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세를 좀 더 누진적으로 바꾸고 이전지출도 빈곤을 퇴치할 만큼 정확하고 충분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소득 불평등 완화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해당 보고서에서 세수를 극대화하는 최고세율을 50% 내외로 제시한 바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개정된 세법상 과세표준 5억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 40%가 적용되고 있다. 기존 1억5천만원 초과 38%이던 데서 5억원 이상의 최고세율 구간이 추가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고소득자 및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등 새 정부의 세제안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세제 체계 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은 진행 중이다.

국책연구소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일 근로소득공제 축소를 통한 과세 대상 확대 방안 등을 발표했다.

현재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세법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했다.

증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 재정기획관에 내정된 만큼 정부 차원의 세제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여론이 민감할 수 있는 세제 개편에 대해 우선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경유세 인상 등의 논란이 불거지자 전일 경유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근로소득공제 축소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과표 5억원 이상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이 올해부터 도입된 만큼 곧바로 소득세 추가 인상을 추진하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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