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기업들이 점점 더 고위험 상품인 '그림자 금융'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중국 경제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윈드 인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국 상장사 총 1천170여 개사가 고금리 투자상품인 자산관리상품(WMP)에 투자했다.

이들의 투자액은 1조2천400억 위안으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작년 기업들의 투자액은 전년보다 49%, 2년 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투자 기업 상장사도 2013년 286개사에서 작년 1천173개사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WMP는 은행과 보험회사, 사모펀드 등이 개인 투자자에게 고금리를 약속하고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회사채, 대출, 신탁 등에 만기 1∼2년 이상의 장기로 투자하는 상품을 일컫는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정식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자금 차입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은행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 '그림자금융'의 주범으로 꼽힌다.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지만, 기초 자산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손실이 날 위험이 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판매한 은행이 손실을 보전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WMP 시장이 최근 들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당국의 경계도 높아졌다. 많은 은행이 이를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재하지 않으면서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이 WMP와 같은 단기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당한 자금이 위험자산에 투자되면 디폴트가 늘어나고 은행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으며 자금 차입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당국은 WMP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에 이를 신용으로 기재하고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제대로 고지할 것을 지시했다. 또 고정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도록 했다.

윈드 인포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이 작년 한 해 발행한 WMP는 총 15만 개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다만 작년 6월 말 기준 총 미상환 WMP는 28조4천억 위안으로 전년의 역대 최고치에서 소폭 줄어들었다.

통상 WMP 투자자는 개인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도 빠르게 WMP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대다수는 비상장사라 기업들이 얼마나 WMP에 투자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윈드 인포에 따르면 만기 3개월에서 1년 이내인 WMP의 평균 예상 수익률은 연율 4.9%에 달한다. 이는 1년 만기 기준 예금금리인 1.5%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상장사 중에 WMP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들은 제조업체는 물론 부동산 개발업체, 음식료업체, IT 업체 등으로 나타났다.

작년 여름 상하이에 상장된 흑연전극 납품업체인 방대탄소(600516.SH)는 사내 유휴 자금 60억 위안을 WMP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대로 투자 규모는 46억 위안으로 축소됐다.

작년 방대탄소의 1~3분기 매출은 8억1천360만 달러에 그쳤다.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루 콜리어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WMP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많은 기업이 유휴 자금에 더 나은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고금리를 쫓아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본업에서 강한 수익을 내는 데 자신이 없고, 금융시장에서 더 빠른 이익을 내길 바라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더구나 안정적인 예금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 은행들이 차입을 확보하고 고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WMP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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