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유럽과 일본 모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유로화와 엔화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경제 성장세 속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리가 일본 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며 유로화와 엔화의 엇갈린 행보가 심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지난 1년 동안 유로화는 달러화에 14% 뛰었으나 엔화는 채 2%에 못 미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히려 엔화는 무역 가중치 기준으로 주요국 통화 대비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이 긴축 전환 행렬의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엔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긴축으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BOJ는 상대적으로 완화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할 것으로 점쳐져 엔화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안드레아스 코에닉 글로벌 외환 헤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란 전망이 유로화 상승을 부추긴다"며 "BOJ는 정상화 대열의 맨 뒤에 서게 된 것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투기 세력은 유로화 상승과 엔화 하락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현재 유로 선물 순매수는 13만9천490계약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엔화 선물 순매도는 11만9천350계약으로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엔화 하락으로 올해 달러-엔 환율이 120엔까지 뛰고 유로-달러 환율은 1.30달러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강세는 유럽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는 이유에서다.

UBS는 무역 가중치 기준으로 유로화가 10% 오를 때마다 기업의 실적이 6% 감소한다고 진단했다.

ABN암로의 얼린 슐링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 강세로 ECB의 성장률 전망치가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현재 1.1%로 ECB 목표치인 2%에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ECB는 물가 상승률이 2020년에 1.8%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저물가는 유로존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BOJ의 물가 목표는 ECB와 마찬가지로 2%인데 상승률은 고작 0.7% 수준이다.

신문은 일본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물가 때문에 BOJ가 섣불리 긴축으로 돌아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미토모미쓰이신탁의 키타쿠라 카츠노리 전략가는 "일본의 물가가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으나 국내 경제 여건은 상승세를 부추기기엔 역부족"이라면서 "만약 BOJ가 '0% 정도'로 설정한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정책 기조"라고 평가했다.





<유로화·엔화 순매수·순매도 포지션 추이 ※출처: WSJ>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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