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화 약세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060원대에서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면서 아래쪽이 막힌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22일 연합인포맥스의 달러-원 일별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올해 1월중 1,058.80원에 저점, 1,073.00원에 고점을 찍은 후 줄곧 1,060원대 레인지에 머무르고 있다.



◇모건스탠리 '원화 약세' 전망으로 출발

지난해말 원화 강세로 전망을 바꿨던 모건스탠리는 다시 원화 약세 전망에 시동을 걸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행 금통위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고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원화가 최근 몇 주간 과도하게 절상된 것은 쏠림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낮춘 점에도 주목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경제가 올해 상반기까지 호조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단기간 원화 약세가 최근 급속한 절상의 일부분을 해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올해 1분기 달러-원 환율 전망치는 1,085.00원, 2분기는 1,070.00원, 3분기는 1,080.00원, 4분기는 1,095.00원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원화 약세와 더불어 엔-원 롱포지션을 권고했다. 일본은행의 초장기채 매입 축소에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 약세로 비교될 수 있어서다.

원화 약세 요인으로는 최근 외환당국자들이 일방향의 FX흐름을 우려하고 있는 점, 미국과 한국간의 무역 협상 관련 긴장이 불거진 점, 최근의 과도한 원화 절상에 따른 전략적인 원화 셀 추천 등을 거론했다.

이와 함께 한은의 경제전망과 금리 동결 결정은 단기 원화 약세 가능성을 확신한 배경으로 꼽혔다.



◇서울환시 "올때까지 왔나"…글로벌 달러약세 관건

달러-원 환율이 1,060원대에서 좀처럼 하락폭을 키우지 못하자 환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원화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좀처럼 하락폭이 제한되고 있어 달러화가 움직일 룸(여유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은의 경기 전망이 크게 나쁘지 않지만 원화 강세 기대는 점점 차분해지는 양상이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결국 달러-원 환율도 무너질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연말 다른 통화가 움직이지 않을 때 강세로 간 측면이 있어 최근 흐름은 단기 하락폭을 상쇄하는 과정"이라고 봤다.

그는 "당국 경계도 예상보다 커서 단기적으로 1,060원대에서 1,070원대에 걸친 레인지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엔-원 롱 전망을 보는 시각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달러-원 환율이 1,060원대에서 막힌다고 볼 때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엔-원 재정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고, 달러-엔 환율이 오른다면 엔-원 재정환율은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외환당국 경계심이 누그러지더라도 일본 외환당국이 본격적으로 달러-엔 하락을 막고 나설 수 있다.

B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최근 엔-원 재정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외환당국의 시도는 그리 강하지 않다"며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크게 수출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일본이 긴축으로 전환하더라도 가만히 엔화 강세를 두고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엔-원 롱포지션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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