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김지연 기자 =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잔고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공여 잔고가 빠르게 늘면서 한도가 거의 소진된 중소형 증권사들은 증자를 하거나 신규 예탁증권 담보대출 중단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7천726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6조7천73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1년 새 59% 가량 늘어난 것이다.

같은날 예탁증권담보융자 잔고는 17조5천654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 2016년말 잔고는 12조8천27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 신용공여는 크게 주식 매입 대금 일부를 담보로 설정하고 주식 매수자금을 융통하는 신용거래융자와 보유주식을 담보로 현금매출을 받는 예탁증권 담보대출로 나뉜다.

이 신용공여는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어 별다른 리스크 없이도 마진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 규정상 국내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자기자본 규모 이상으로 대출액을 늘릴 수 없게 규제하고 있어 중소형사들은 무작정 한도를 늘리기 어렵다.

이에 키움증권은 다음달 중 약 4천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증자 후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1조9천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키움증권의 신용공여 한도는 거의 다 찬 상태지만, 이번 RCPS 발행으로 증자분만큼 추가로 신용공여를 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 수익에서 신용공여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앞서 키움예스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도 신용공여 한도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축은행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주는 스탁론을 이용하면 신용공여 한도가 다 찬 이후에도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DB금융투자는 신용공여 한도가 모두 소진돼 지난해 11월 1일부터 신규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신용공여 잔액이 한도에 가깝다.

신용공여 한도가 차면서 지난해 신규 신용공여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현재 재개된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새로 벌어들인 순이익만큼 자본이 늘어 신용공여 한도가 증가한다"며 "현재 대출은 재개했지만, 한도까지 여유가 많지 않아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도 신용공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1천600억원 규모였던 신용공여 잔액은 최근 3천100억원으로, 약 1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KT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천500억원으로, 이 정도 속도로 증가하면 올 상반기 중으로 한도가 소진될 수 있다. 따라서 증가 추이를 지켜보다 향후 내부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활황을 보인 데다 최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급등하면서 이 종목들에 대한 신용공여도 크게 늘었다"며 "신용공여는 무위험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문이지만, 키움증권이나 DB, 유진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한도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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