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체계가 소액 다결제 가맹점에 유리한 정률제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일선 카드사들도 수익률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느라 분주하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소액 다결제 업종의 수수료율이 하락하는 반면 고액 결제 가맹점의 수수료는 상승하는 만큼 카드사 수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하지만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고액결제 비중이 높은 기업계 카드사가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평균 결제단가 5만 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 인하…이상은 인상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등 당국은 오는 7월부터 편의점 등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당국은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 항목 중 정액제(약 95원 내외)로 되어 있는 밴(VAN) 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꾼다. 이미 일선 카드사들이 실제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정률제로 바뀌었지만, 가맹점의 수수료율 산정체계 상에는 아직 정액제로 남아 있었던 부분이다.

당국은 결제 건수당 약 95원 내외의 밴 수수료는 평균 결제단가 5만 원 수준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율로 치면 0.2% 내외다.

이에 따라 새롭게 만들 가맹점 수수료 산정체계에는 밴 수수료를 0.2% 내외의 정률로 고정하게 된다. 이러면 평균 결제단가가 약 5만 원 이하인 가맹점의 최종 수수료율은 인하 여지가 생긴다.

금융당국은 약 10만 개 가맹점에서 평균 0.3%포인트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결제단가가 7천 원 수준인 편의점이나 약국, 제과점 등이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반면 평균 결제 금액이 5만 원 이상인 등 고액결제 위주 가맹점은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호텔이나 백화점, 대형마트, 항공사, 자동차 등이 대표적으로 수수료율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업종으로 거론된다.

◇카드사 수익 불변이라지만…업계는 걱정

수수료 산정체계 개편은 소액결제 가맹점의 수수료가 인하되는 대신 고액결제 가맹점의 수수료가 인상되는 만큼 카드사의 수익에는 중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지난해 영세 및 중소 가맹점 범위 확대, 법정 최고 금리의 인하 등으로 수익성 하락 압박을 받는 카드사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최저 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묘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자동차 회사 등 카드사에 '갑'으로 통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아직 이들 대형 가맹점의 의견을 수렴하지는 않은 단계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정률제로 밴 수수료를 반영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결과적으로도 여력이 있는 대형 가맹점 부담을 확대하는 반면 중소 상공인을 지원하는 정당성이 있다"며 "(대형 가맹점을)설득 해 나가야 하겠지만,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다만 "슈퍼 갑인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들이 실제로 수수료를 올려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향후 대형 가맹점의 실제 수수료 인상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사별도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삼성과 현대카드 등 주요 기업계 카드사들의 경우 은행계 카드사보다 고액결제 가맹점이나 고객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결제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가 원만하게 인상된다면 이들 기업계 카드사들이 은행계 카드사보다 수익 감소 악영향이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액결제 고객 비중이 높은 카드사의 경우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 혜택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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