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명 중 1명이 실제 투자를 했다는 가상화폐의 광풍에 다소 밀려나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대체투자'는 자본시장의 키워드 중 하나였다. 가상화폐와 달리 대체투자는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투자 분야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대체투자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공모형 재간접헤지펀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대체투자 규모는 지난 2006년 말 61조4천억원에서 2015년 말 260조3천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은 중요한 투자전략 내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대체투자 확대'를 꼽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신한PE와 하나자산운용은 각각 그 사명을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으로 변경해 대체투자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대체투자란 막연히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를 대체하는 새로운 투자기법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대체투자는 사실 일정한 종류의 자산군에 대한 투자를 총칭하는 것으로서, 그 자산군은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와 사모주식, 사모부채 및 실물자산(부동산ㆍ인프라ㆍ항공기ㆍ선박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체투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있는 자산들도 실제로 세부적으로 따져 보면 다양한 차이가 있다.

가령, 헤지펀드는 그 유동성(환매 가능성)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공모펀드(뮤추얼펀드)와 유사한 측면이 많은데, 이는 헤지펀드가 전통적인 공모펀드와 같은 상장주식 등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기인한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 투자에서는 공모펀드와 마찬가지로 증권법적인 규제(내부자거래 등)나 상장주식 거래 관련 제도 및 규제 등이 고려돼야 한다.

반면 대체투자 자산 중 부동산이나 인프라 자산의 경우 증권법적 규제나 상장주식 거래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이들 자산은 투자대상 자산이 위치한 곳의 법령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 따른 규제 및 제한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며, 이들 자산에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어디에 설립할 것인지 등과 관련한 법률적, 세무적 검토가 거래구조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글로벌 대체투자업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대체자산으로 '사모부채펀드(Private debt fund)'가 있다.

사모부채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강화를 배경으로 성장했는데, 은행의 한계기업 등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사모펀드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에 대출을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유럽에서도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사모부채펀드는 사실상 은행 대출상품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은행에 대한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 금융산업에 어떤 교란 효과(disruption)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국내의 경우, 과거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의 직접대출에 대한 규제로 인해 은행 등 대출취급 금융기관들이 실행한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형태의 사모부채펀드만 허용됐다가 지난 2015년 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직접대출이 허용되면서 관련 펀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국내에서는 기업에 대한 대출펀드 이외에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는 중순위 대출(mezzanine loan) 펀드들도 다수 기관투자자에 의해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 대체투자시장은 현재와 같이 폭발적인 성장세는 아니더라도 양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이런 양적 성장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질적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현재 양적인 성장은 갑자기 달라진 거시 경제적 환경(저금리/저성장)과 급속한 노령화/연금자산 축적에 따른 부득이한 자산 배분의 결과일 뿐이며,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자산에 무분별하게 투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향후 상당한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결국, 국내 대체투자시장과 산업은 양적인 성장에 걸맞은 질적인 발전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제들도 적지 않다.

첫째,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 대체투자 전문 투자운용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대체투자는 전통자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어 실제 특정 대체자산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투자가 어렵다.

투자전문인력 양성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인재를 길러내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 방식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현재 대체투자시장에서는 특정 프로젝트별로 펀드를 설정해서 투자하는 방식이 조금 더 일반적이고 블라인드 펀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초기 단계인 국내 대체투자시장이나 운용사의 역량 등을 고려하면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운용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향상하고 투자집행의 신속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블라인드 펀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해외 대체투자는 해외의 우수한 대체투자사모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와 병행해서 해외직접투자(overseas direct investment) 역량을 키우려 노력해야 한다.

해외 대체투자는 국내 대체투자보다도 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를 늘려갈 수밖에 없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으로서는 우수한 해외 대체펀드 운용사를 잘 선정해 간접투자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지만, 그와 병행해서 공동투자(co-investment) 기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직접투자 방식의 해외 대체투자 역량도 키워야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강동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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