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꺼내 든 예대율 규제 카드가 은행의 조달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 금융권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 15%가 당초 시장이 예상한 수준인 만큼 큰 영향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썬 우세하다.

하지만 전체 여신에서 가계대출 비중이 큰 시중은행은 당장 특판예금을 통해 예수금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결과적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농협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국내 규제은행의 예금 조달금리 수준은 1.4~1.7% 정도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1.79%, 잔액 기준 1.70%다.

조달금리는 은행 내부의 기준금리다. 은행이 여·수신 자금을 운용할 때 드는 비용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가 처음 도입된 2012년 7월 이전에도 은행권의 예금 금리에 큰 변동이 없었다며 은행의 조달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을 고려하더라도 가계와 기업에 각각 ±15%로 제한된 가중치가 감내할만한 수준이란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예상했던 20bp 범위로 가중치가 산정돼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며 "4대 대형은행과 은행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도 10.5%를 넘고 있어 당장의 자금시장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미 시중은행들도 조달금리가 상승할 환경을 고려해 올해 경영전략을 마련한 상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예대율 산식 변경까지 6개월가량의 준비 기간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특판 상품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특판을 통한 일정 수준의 예수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결국 예금 금리가 문제인데, 최소 인터넷 전문은행이 제공하는 금리 이상은 돼야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신한ㆍ우리ㆍNH농협ㆍKB국민ㆍKEB하나)이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1.35~1.93%(19일 기준) 정도다.

같은기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0~2.2%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예수금 조달이 시급한 시중은행의 경우 상반기에 최소 2% 초중반의 금리 상품을 선보여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예수금 확보를 위한 특판은 결국 조달금리 상승을 유인하고 이로 인해 NIM 하락,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특히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비중이 큰 시중은행들의 우려가 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원화 대출 중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선 상태다. 신한은행은 가계와 기업대출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특판을 통해 예수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때 은행은 마진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가계대출을 줄이는 것 역시 성장성 측면에 부정적이어서 예대율 규제는 여러모로 은행권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주효한 원인이 됐던 NIM 반등 추세가 주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담당 임원은 "지난해 꾸준히 NIM이 상승, 2%대에 육박했는데 다시 추세가 꺾일까 걱정"이라며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저원가성 예금보단 다른 방식의 예수금 확보에 주력해 NIM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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