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기획재정부가 국고채 50년물 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후 장기투자기관인 생명보험사들 사이에서 정부에 국고채 50년물 정례 발행을 건의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정기적인 중장기 발행 계획이 나오면 생보사들이 이에 맞춰 중장기 인수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보사 자산운용담당자는 23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규제 대응 필요성이 있어 보험사들의 국고채 50년물 수요는 상존한다"며 "국내 초장기채 발행이 국채 위주로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행 사이드인 정부뿐 아니라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 입장에서도 유찰 등 불확실성은 줄이고 싶은 상황"이라며 "일회성으로 수요조사를 한 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례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50년물 발행을 다른 만기 물량과 같이 정례화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정부가 꾸준하게라도 발행해줬으면 한다"며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미국 등 해외에서 초장기 투자 대상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50년물 발행 규모를 설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발행 규모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국고채 50년물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고채 50년물 발행이 정례화될 경우 규모는 시행 초기 월 2천억 원 안팎 수준이 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재부가 50년물 연간 발행 목표 범위를 정하고, 이를 공개했으면 한다"며 "금리 수준과 경제 여건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 큰 틀은 보여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50년물 발행이 정례화하고 발행 규모가 미리 공지될 경우 초기에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안정될 것"이라며 "정부가 장기적 시각을 갖고 시장을 조성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일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생생지락 특강'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국고채 50년물 발행에 대해 전향적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 부총리는 "50년물 국고채에 대한 여러 가지 수요가 있다고 들었다. 재작년부터 (50년물 발행을) 시작했는데 아직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저희가 수요를 더 분석해서 전향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김 부총리 발언 후 연합인포맥스와 통화에서 "국고채 50년물 수요 기반을 파악해 발행을 전향적으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국장 "발행 시기와 규모는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연초라 수요조사를 시행하지는 않았다. 연중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발행할지를 시장 참가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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