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자본시장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환율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환율이 수출 및 내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재고찰'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두 차례 위기 직후 환율이 대폭 상승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환율 상승(하락)이 수출 증가(감소)에 항상 일관된 관계를 보여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에도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하며 수년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에서도 환율과 수출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달러-원 환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연평균 원화 절상률은 4.9%였다. 이론상 수출이 감소할 수 있는 시기였지만, 이 기간 수출은 오히려 늘어 연평균 증가율은 12.7%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지난해까지 원화가 연평균 1.6% 절하됐다. 수출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연평균 증가율은 이전 기간보다 훨씬 낮은 5.2%에 그쳤다.

이 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수출에 환율상승 효과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환율과 수출 간의 관계가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달러-엔 환율은 130엔에서 80엔으로 하락했으나 수출은 연평균 2.6% 증가했다. 2013년 이후에는 인위적인 엔화 약세 유도 정책으로 엔화가 연평균 6.1% 절하됐지만, 수출 증가율은 4.5%에 그쳤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수출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앞으로도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라며 "다만, 수출을 지원하는 환율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내수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달성이나 고용여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환율 하락은 그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이며 강한 경제 펀더멘털의 결과이지 수출경쟁력 악화를 초래하는 주점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최근의 환율 하락을 우리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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