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상당히 취약…은행 공신력에 타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관계가 많은 6개 시중은행을 점검한 결과 내부통제가 심각하게 취약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화폐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 결과와 관련한 긴급 기자브리핑에서 "현장점검 결과 가상계좌와 관련한 은행의 내부통제가 심각하게 취약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 차원에서는 가상화폐 자체뿐만 아니라 자금세탁과 관련해 은행의 공신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은행도 모르게 취급업자의 계좌가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농협ㆍ기업ㆍ신한ㆍ국민ㆍ우리ㆍ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이달 8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현장점검은 이후 16일까지로 연장됐다. 점검 과정에서 은행의 내부통제가 미흡한 사항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법인계좌와 관련한 문제점이 크게 드러났다.

가상화폐 취급업소는 일반적으로 은행에 별도의 모계좌를 지정해 가상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직접 집금한다.

하지만 일부 취급업소는 은행에 개설된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집금하고 일부를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가상화폐 취급업소 A사는 '가' 은행 등 5개 은행의 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모아 A사 명의의 다른 계좌(가은행)로 109억 원을 모았다.

이중 42억 원을 대표자 명의의 '가' 은행 계좌로, 33억 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나' 은행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특히 여러 은행의 집금계좌를 거쳐 가상화폐 취급업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이용자의 자금이 다른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여러 계좌로 이체되는 경우도 적발됐다.

일반 법인계좌가 집금계좌로 사용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사기나 횡령, 유사수신 등의 불법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은행의 경우 입출금 등 금융거래에 대한 분석이 어려워 정확도 높은 의심거래를 보고하기 힘들어진다. 자금세탁 위험관리에 한계가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모계좌로 집금된 자금 중 거액이 해당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대주주 계좌나 해당 가상화폐 취급업소의 타행계좌로 이체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A사는 가상계좌를 통해 집금된 이용자의 자금 중 150억 원을 A사의 대주주 회사로 이체하기도 했다.

이번 현장점검에서 대다수 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와 가상화폐 담당 부서 간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경영진과 이사회 역시 가상화폐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 자금세탁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취약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금융위는 가상계좌가 재판매된 사례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업체(재판매업체)가 일부 가상화폐 취급업소에 가상계좌를 재판매하기도 하는데, 은행은 가상계좌를 재판매하는 업체에 대한 심사 절차가 없고 해당 과정도 모니터링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점검 과정에서 2개 가상화폐 취급업소가 재판매업체로부터 취득한 가상계좌를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해당 은행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현장점검은 기간도 짧고 인력도 부족했지만, 앞으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은행 감사실에서 자체 이행점검을 해야 한다"며 "당국 역시 상시 점검을 통해 가상계좌와 관련한 철저한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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