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늦어진다고 판단한 배경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향후 한은의 추가 긴축 시기를 판단할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제전망 발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민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물가 전망치를 낮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농산물 가격 안정과 작년 상반기 물가 급등에 따른 역(逆) 기저효과와 수요측면 물가압력이 생각보다 늦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반영했다고 답했다.

수요측면 물가압력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금융통화위원들도 1월 정례회의에서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물가압력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은의 물가에 대한 판단이 경제성장세 둔화와 관련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만 해도 한은은 마이너스(-) GDP갭의 해소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등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GDP갭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해소될 것으로 봤는데, 최근 성장 둔화에 GDP갭 해소에 시간이 더 걸리고 이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도 늦춰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서도 성장 둔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4분기에는 성장세가 이전보다 다소 둔화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한은 전망치를 근거로 작년 3분기 1.5%였던 전기대비 GDP 성장률이 4분기에 -0.2%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오석태 SG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물가 전망치 하향은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한 투자 둔화, 순수출 증가, 완만한 소비 증가 등 (한은의) 기본 전망은 예전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반도체 호황 등이 성장률을 끌어 올렸지만, 국내 고용 증가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며 "이러한 성장세가 수요측 물가압력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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