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 매매 규모가 대형화 양상을 띠면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방향성에 따라 국내증시 전체가 휘둘리는 '웩더독'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수선물시장에서 지난 22일 1만1천600계약을 순매도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지난 23일 이후로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23일과 24일 각각 9천400계약씩 순매수했고, 이날은 3천계약가량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사흘간 이들이 순매수한 선물 금액은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하루 선물 매매 액수가 부쩍 많아지면서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매도한 지난 22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72% 하락했다. 반면에 23일 이후로 이날까지 코스피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2,550선을 상향 돌파했다.

외국인의 지수선물 매매가 글로벌 증시 환경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근 매매 급변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22일 외국인의 순매도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우려한 헤지성 매도였다면 이후 매수는 해당 이슈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며 매도 포지션을 빠르게 청산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시장 중 국내 지수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일종의 프록시(대리인)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외국인 선물과 현물의 단기 추이가 매우 유사한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주주의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3일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가 나오면서 지수가 급락하자 이런 의견에 무게가 실렸고 추가적인 매도 가능성도 부각됐다.

하지만, 외국인이 다시 매수우위로 돌아서면서 이런 시각은 약화하는 분위기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당초 외국인 대주주의 양도세 논란이 외국인의 선물 매도와 연관성이 있다고 봤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외국인이 추가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MSCI나 FTSE 등 벤치마크 지수 운용사들의 입장에 따라 다시 논란이 생길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코스피200 선물 승수 변경과 선물시장 변동폭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지수선물 승수가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하향되면서 선물 수량 기준으로 두 배의 매매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수선물 변동폭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매가 공격적인 방향으로 선회했을 수 있다.

다만, 이중호 연구원은 "파생상품 시장 자체의 변화이든 아시아시장의 대리 헤지이든, 관련 근거가 소멸해 장시간 지속할만한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매는 단기에 그치는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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