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부가 오는 5월 개별 통지를 앞두고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추정치를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이 시끄럽다. 정부의 추정치대로면 초과이익부담금이 수조원 들어와 자산에 매겨지는 주요 세목 중에서 으뜸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 정부가 주택시장안정을 이유로 세원확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강남4구 재건축부담금 예상액만 10조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합설립이 완료돼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시 주요 단지 중 대치동 은마 아파트의 가구수는 4천424가구다.

잠실주공 5단지는 3천930가구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는 1천490가구로 구성됐다. 이보다 작은 단지들은 대치 쌍용 2차(364가구) 등이 있다.

재건축은 이미 용적률이 높거나 대지면적이 적으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에서 주로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20개 단지를 선정해 예상 재건축부담금을 산정했다. 강남 4구 15개 단지와 기타 5개 단지를 꼽았는데 조합원 1인당 평균 3억7천만원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르면 부담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강남 4구와 그 외 지역의 부담금 차이가 크다. 강남 4구의 평균(4억3천900만원)이 그 외 단지 평균(1억4천700만원) 보다 약 3억원 정도 더 붙는다. 지리적 입지의 이점과 재건축을 준비한 기간 등이 차이를 만든다.

국토부 부담금 계산은 면세 구간과 이익에 따라 차등 부과율을 모두 반영했다.

국토부의 계산대로라면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은 주요 세목으로 두드러지게 된다. 한 해에 재건축을 끝낸 강남 아파트 단지가 5개라고 가정하고 각각 단지 당 1천명의 조합원만 있다고 해도 총 부담금은 2조2천억원 정도 된다. 상황에 따라 한 해에 강남4구에서 걷힌 재건축부담금만 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 양도세 육박하는 재건축부담금…세수확보 노렸나

지난 2016년 세목별 세수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걷힌 이자소득세와 배당소득세, 사업소득세 등이 2조원대 초반이다. 상속세는 2조원을 넘지 못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조2천억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정부는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강남의 5개 단지가 강남 4구의 평균을 웃돌고 특정 단지는 최고 8억4천만원의 부담금을 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지의 조합원이 3천명을 넘는다고 하면 여기에서만 총 2조5천억원의 부담금이 발생한다.

강남4구에서만 10조원이 걷힌다면 부동산 부자들이 낸다는 종부세보다 10배 이상의 세수를 걷을 수 있다. 자산에 매겨지는 세금 중 단연 으뜸인 셈이다.

국내 증여세의 총 규모가 3조원 내외고 주세(酒稅)도 이와 비슷하다. 증권거래세는 아직 5조원대를 넘지 못했고 주로 사치품 등 특정 물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8조원대다. 양도소득세 총합이 13조원대니 강남 재건축 아파트라는 제한적인 곳의 세수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건축사업은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적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나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못하면서 주택건설을 통한 민간수익사업으로 변질됐다"며 "주택을 개발대상으로 삼고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 사유화를 인정하는 현행 재건축사업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부동산 투기근절과 주택가격 안정이란 정책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당한 재건축부담금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조합에서는 정부의 계산이 도저히 맞지 않는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법인 인본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가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원칙과 사유재산제도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위헌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써 부담금 계산 과정과 규모 등에 대해 일체 언급할 수 없다"며 "오는 5월 예정액 통지가 이뤄지면 윤곽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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