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정부가 연기금 평가 지침까지 바꿔가면서 코스닥 투자를 독려하는 가운데 연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 중·소형주 위탁운용을 갑자기 늘리기에는 리스크가 많이 따르고, 직접 투자는 주로 지수 투자를 해 코스닥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운신 폭 자체가 좁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근본적으로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통합지수인 'KRX300'으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기금평가 지침을 개정해 연기금 코스닥 투자를 유도한다.

연기금 운용상품집중도를 평가할 때 대상 상품 중 국내주식형을 코스피 주식과 코스닥 주식으로 구분하고, 배점을 기존 5점에서 6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코스닥 투자를 늘려 운용상품을 분산시키면 평가에서 유리해진다.

정부는 또 연기금 국내 주식 위탁 유형에 '코스닥투자형'을 신설하도록 권고한다. 코스닥의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차익거래도 연기금에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연기금은 운용 전략상 당장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고민에 빠졌다.

연기금들은 국내주식 간접투자의 경우 스타일별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액티브 운용을 하고, 직접 투자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순수주식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책임투자형, 가치형 등 8가지로 분류해 위탁운용을 집행한다.

연기금들이 간접투자에서 코스닥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가 제시한 대로 코스닥투자형을 새로 만들거나, 중소형주형 스타일 배분을 늘려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위탁투자는 벤치마크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운용이 거의 위탁사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코스닥 위탁투자를 갑자기 늘리게 되면 통제가 힘들고 가격 변동성 위험에 노출된다.

직접 투자는 주로 벤치마크인 코스피 종목에 이뤄지는데,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코스닥에 마음대로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기금들이 적극적으로 코스닥 투자에 나서려면 KRX300으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KRX300은 코스피 232개, 코스닥 68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코스닥 종목은 통합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6.5%로 이뤄진다.

현재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은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중 2~3%가량인데, 통합지수가 도입될 경우 연기금 코스닥 투자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나왔지만, 코스닥 투자를 본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며 "다각도로 코스닥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의 기금평가 지침 변경도 코스닥 투자 유인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들이 중·소형주 위탁운용자금을 급격하게 늘려 코스닥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며 "벤치마크가 아예 바뀌면 연기금들이 코스닥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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