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직은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오전 7시 전후. 금융투자협회장의 자동차가 현관에 선다.

여의도의 아침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아침은 항상 바빴다. 지난 3년간 늘 그랬다.

격주로 열리는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자산운용사, 전문사모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등 회원사 대표들과 차례로 진행되는 조찬 간담회 때문이다.

지난 18일에도 일부 운용사 사장들과 조찬 간담회가 있었다. 마지막 조찬은 오는 31일에 열린다.

평소 20명 안팎의 대표들이 오는 자리지만, 이 자리는 마지막이었던 만큼 평소의 1.5배인 30명이 넘는 인원이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황영기 회장은 차기 금투협회장의 과제와 자리를 떠나면서 아쉬운 점 등을 밝혔다고 한다.

그가 특히 강조한 점은 협회로서 국회, 당국 등과 업무를 타진하는 태도였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황 회장은 주로 공무원 조직과 금투업계의 업무 처리 속도나 방식에서 조율해야 할 점을 강조했다"며 "다소 진행이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건의하고 업계 요구 사항을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돌이켜보면 그가 지난 3년간 당국과 이견을 조율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한 것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운용업계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비과세 전용 해외주식형 펀드와 사모펀드 등록 규제 완화, 재간접 사모펀드 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또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과 증권사의 외환 거래, 법인 결제망 허용 등의 이슈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보였다.

협회 내부에서는 황 회장을 '행동형 리더'라고 평가한다. 오죽하면 '검투사'란 별명까지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존에는 실무진 레벨에서 업계 애로사항을 찾아서 회장한테 보고 형식으로 올리고, 회장은 이를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황 회장은 먼저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실무진에 지시하는 식으로 업무를 했다"며 "또 먼저 나서서 국회, 당국과 접촉하고 문제를 해결코자 했단 점도 차별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황 회장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다.

여전히 나라 전체로는 '펀드매니저=개미핥기'란 인식이 팽배하고, 금융투자상품에 감세하는 건 부자 감세라며 국회에서 거부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황영기 회장은 전일 마지막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산업이 정말 믿을만한, 내 돈을 믿고 투자할만한 또 맡길만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를 다 하지 못한 것들이 누적돼서 오늘의 이 상황에 이르렀다"고 자평했다.

사모펀드 49인 규제 완화, 레버리지비율 규제 합리화, 외국 기업의 국내 채권발행 활성화 등 그가 풀지 못하고 떠난 과제도 산적했다.

이들 과제는 신임 금투협회장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해결하게 된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지난해 말 향후 과제로 꼽아 정리해놓은 일만 100건에 이를 정도로 그 의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며 "역대 협회장 중 가장 많은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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