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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칼럼> 세상에서 제일 비싼 꽃과 동전
    이성규 기자  |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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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1.26  0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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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이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 투기는 실패한 투자이고, 투자는 성공한 투기다. 어리둥절한 말들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시선이기도 하다.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번 사람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도 깔려있지만, 여기에는 돈을 잃은 사람에 대한 멸시와 조롱도 함께 담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불어온 가상화폐 시장의 광풍을 17세기 튤립 투기 사건과 비교한다.

    과거의 뼈아프게 얻은 교훈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서 또다시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 시장의 미래를 점쳐 보기 위해선 400여 년 전 튤립 투기 사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튤립 투기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첫 번째 등장한 투기 사건으로 기록된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과 같이 유독 비싼 것이 있듯이 당시 튤립 시장에서도 황제 튤립이라 불리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품종이 있었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소위 대장주인 품종이다. 아우구스투스 한 뿌리의 가격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저택 가격을 웃돌 정도였다.

    지금이야 튤립 한 뿌리를 집 한 채 값을 주고 산다면 모두 다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튤립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매일 급등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튤립 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많은 물건과 보석, 또는 다른 꽃도 있었을 텐데 튤립이 투기 또는 투자의 대상이 됐던 것일까. 17세기 유럽의 상류 사회의 여인들은 사교장에 나아갈 때 옷과 머리에 튤립 장식을 즐겼다.

    또 신분이 높은 귀족들의 집 정원에는 어김없이 튤립이 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튤립의 인기는 그저 아름다운 꽃이었기에 가능했다. 또 튤립을 좋아하는 사람은 교양이 있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인기몰이에 이유였다고 한다. 페르시아에서 튤립은 사랑을 고백하거나 청혼할 때 건네주던 꽃 정도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공급과 수요가 어긋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당시 유럽에는 식물의 잎에 얼룩덜룩한 무늬를 초래하는 모자이크 바이러스가 유행처럼 번졌다. 관상용으로 튤립 또한 가치를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튤립을 찾는 수요는 있었고, 중간 상인들이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튤립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튤립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상류층은 치솟은 튤립꽃의 가격을 무시하고 사들였고, 상류층을 동경하던 중산층도 덩달아 튤립에 매수에 뛰어들었다. 농부와 화가, 시종까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서민들까지 튤립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급은 제한되는 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튤립은 사랑을 전하는 꽃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돼 버린 것이다.

    하늘 높은지 모르던 튤립 가격은 1년 만에 정상적인 꽃 가격으로 돌아온다. 이유는 명확히 모르나 이 또한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었고, 튤립 파동으로 네덜란드 또한 유럽의 1등 경제국가에서 2등 국가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가상화폐도 재산으로 가치 부분이 중요하다. 가치가 없다고 모든 사람이 어느 순간 동의하기 시작하면 가격은 폭락할 것이 뻔하다. 반대라면 투자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여하튼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의 투기 수요와 거품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 폐쇄와 같은 강수도 놓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법정화폐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부가 칼을 빼 들어야 것이 맞다. 그러나 시간이 좀 필요하다. 많은 투자자가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충격요법은 투자자만 오롯이 받게 된다. 투자자도 우리 국민이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 없이 천천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아니면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당장 충격적인 규제보다 훨씬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이성규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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