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 탠트럼 재연 가능성은 낮지만 당분간 매도세 이어질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 시사로 글로벌 채권 시장에 광범위한 매도세가 일면서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선회에 투자자들이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 26일 0.249%였던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7일 0.37%로 상승해 지난 5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WSJ은 일일 상승폭이 2015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고 전했다.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1.893%에서 2.052%로 급등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다 소비신뢰 지표 호조까지 겹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135%에서 2.198%로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3달러 위로 상승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드라기 총재는 포르투갈 신트라 연설에서 "ECB의 완화 정책이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경제성장 추세가 빨라지면서 (QE를)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제가 개선되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때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WSJ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이달 초에 했던 발언에 비해 매파적이어서 투자자들이 놀라워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8일(현지 시간)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확장이 아직 강한 물가 상승세로 전이되지 않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통한 상당한 수준의 경기부양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신용조합(CNFCU)의 크리스토퍼 설리번 최고투자책임자(CFO)는 "완화 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제거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의미한다"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ECB의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과 더불어 글로벌 국채 금리를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끌어내린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채권시장 내 중앙은행의 존재감이 상당해진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서로 연계되고 매매가 자동화되면서 일부 시장의 채권 매도세가 다른 시장으로 쉽게 전이되는 상황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WSJ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언급으로 촉발된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나 2015년 독일 채권시장이 주도한 채권 매도세 등을 되돌아보면 채권시장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취약해진 상태라는 점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시장을 왜곡해 투자자들이 적정한 가격을 매길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이 나왔다.

T.로우프라이스의 브라이언 브레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국채의 밸류에이션이 높고, 투자자들이 중앙은행 정책에 앞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내셔널호주은행(NAB)는 국채 금리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려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면서도 국채 매도세가 향후 며칠간 지속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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