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발행 폭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유럽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거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재정위기가 은행권으로 옮겨가면서 유럽 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채권시장이 고사한 지경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10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열흘 동안 유럽 은행권에서는 149억유로(약 22조원) 규모의 선순위 무보증채가 발행됐다.

지난해 하반기 전체 발행량보다도 26%나 많은 금액이다.

은행들은 또 새해 첫주에 137억5천만유로어치의 커버드본드도 발행했다.

WSJ는 시장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나 첫 테이프는 잘 끊은 셈으로, 올해 8천억유로의 채권이 만기 도래하는 유럽 은행권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WSJ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과 네덜란드, 영국의 은행들이 주로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형편이 좋은 나라의 은행들 위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은행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으로 꼽히는 프랑스 은행들도 일부 시장을 두드렸으며, 투자자와 발행기관 모두 수요가 기대보다 많은 것에 놀랐다고 WSJ는 전했다.

은행채 발행 호조는 일단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4천890억유로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한 덕에 은행 도산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CB는 내달 두 번째 장기 유동성 공급을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 현금을 쌓아둔 기관들이 새해 들어 투자를 시작했고,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해 일상이 되면서 시장이 이성적인 측면을 회복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유럽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회복을 위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예금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건스탠리는 유럽 은행들의 올해 선순위 무보증채 발행액을 2천250억유로로 추정하고, 4년 연속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정치적 리스크도 있는 탓에 시장의 심리는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수익률 상승과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 협상 결과가 그런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금융당국의 예금자 우선 보호 입장과 커버드본드와 ECB 대출 등 담보를 이용한 자금 조달이 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선순위채가 변제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 도산 시 선순위채는 원금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줄게 된다.

WJS는 그러나 유럽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개선을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성과를 거둔다면, 각 나라의 선두권 은행들을 중심으로 선순위 무보증채 발행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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