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답답해 하고 있다. 외국인이 잔존만기 2년인 국고채 3년물 16-2호를 1조원 이상 팔았지만, 이를 매수한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서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28일 외국인이 결제를 t+6으로 설정하면서 오는 5일 결제일 전까지 16-2호를 받은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전했다.

전일 채권시장은 장중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1조원 이상의 물량이 당장 시장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과 반기말 매수세에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10년물 이하 채권금리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56)과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일 국채를 중심으로 1조6천722억원의 원화채권을 순매도했다.

그중 외국인은 오는 2019년 6월 만기인 국고채 3년물 16-2호를 1조1천435억원가량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매도 주체와 성격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무성했다.

해당 채권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체 상장잔액 중 외국인 잔고 비중이 22.5%에 달했지만, 전일 대량 매도 이후 13%로 보유 비중이 줄었다.

시장에서는 1조원 이상의 물량을 처분할 수 있는 곳은 프랭클린템플턴펀드와 같은 대형사일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템플턴이 잔존만기 2년 채권을 대량으로 팔며 다른 만기 채권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 금리차 축소로 미국 국채를 사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2년물이라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2년을 팔고 더 단기로 갈 수도 있고, 올해 초 듀레이션을 늘리는 흐름대로 장기물을 담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해당 만기 매물을 저 정도 규모로 들고 있는 기관이 많지 않은데 템플턴으로 추정된다"며 "아무래도 한미 금리차 축소로 미국채를 사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반기말 윈도드레싱을 해야하는데 외인이 저렇게 매도하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전일 국채선물은 상승 마감했지만, 심리는 썩 좋지 않을 듯하다"고 우려했다.

한편에서는 전일 외인 매도에도 시장이 크게 밀리지 않고 물량을 받은 은행도 나오지 않아 외은지점과 본점 간의 합의 매매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채권 딜러는 "외은으로 추정되는 은행이 어제 오전부터 3년 국채선물 순매도를 늘렸는데 플로물량 처리에 따른 선물 매도 구축이 아니었나 싶다"며 "본·지점 간에는 플로 물량 처리할 내용을 미리 알고 있으니 거래하기도 편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도 5.3bp 오버로 싸게 넘긴 것도 그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며 "플로 물량이 있는 대형사들만 할 수 있는 플레이인데, 템플턴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했다. 결제일 전까지 반대 매매가 뜨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시장에서 이뤄진 거래는 아니고 한 번에 받아준 것 같은데 아직 물량을 받는 쪽 매매가 안 올라왔다"며 "결제일이 t+6이라 시간이 좀 있는데 반대 매매를 확인해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선물사의 한 중개인은 "반기말 윈도드레싱에 대한 기대로 전일에는 큰 이슈가 못되고 희석됐다"며 "그러나 오늘 미국 금리가 올라 약세장이 연출되면서 시장에서 외인 매도 관련 새로운 정보가 나온다면 다시 재료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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