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27일 1조6천억 원에 달하는 국고채를 팔아치우면서 서울외환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투자 특성상 환헤지된 물량으로 추정되고 다른 채권 종목으로 재투자될 가능성도 있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 현물환을 회수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8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장외채권 거래 내역(화면번호 4261ㆍ4565) 등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1조6천722억 원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금융당국이 집계하는 결제일 기준의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고, 체결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파악됐다. 작년 8월 25일 1조5천400여억 원의 순매도 규모를 넘어섰다.

외국인이 하루에 1조 원이 넘는 채권을 순매도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는 2월과 8~9월, 11월 등 총 5회가 있었고, 2015년에는 1조 원 이상 매도한 경우가 없었다.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한 차례 정도만 사례가 있었다.

특히 전일 외국인은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종목을 던졌다. 오는 2019년 6월 만기인 국고채 16-2호를 1조1천400여억 원 정도 팔았고, 2019년 12월 만기인 16-7호를 2천300여억 원어치 매도했다.

잔존 만기 1년 이하 종목을 팔고 만기가 많이 남은 종목으로 갈아타는 외국인의 매매 경향과 다른 패턴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채권 순매도 자금이 역송금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해당 채권 결제일은 T+6으로 내달 5일 부근에서 스팟(현물환)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투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여전히 한ㆍ미 금리 차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FX) 스와프를 활용한 재정 거래 유인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달 들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15일까지 만기 도래한 채권을 보유했던 외국인은 대부분의 자금을 채권에 다시 넣었다.

연합인포맥스 화면번호 4251와 4261을 보면 외국인은 이달 15일까지 2조9천600여억 원의 채권 자금을 받아갔는데, 15일 전후로 지금까지 3조 원이 넘는 자금이 채권 쪽으로 흘러왔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외국인은 이달 만기도래 이전이나 만기 이후에 갈아타기를 했다"며 "신규자금도 추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근래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은 환 헤지를 하는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진단도 있다. 주식투자의 경우 환 헤지가 없어 달러-원에 영향을 미치지만, 채권투자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선물환을 매수해 놓거나, FX스와프로 단기 투자를 하는 방식이 늘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전했다.

프랭클린템플턴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자금을 빼더라도,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템플턴은 환 헤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상적인 수준의 채권 거래 정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환 헤지를 했더라도 100% 헤지를 했는지 알 수 없고, 실제 물량을 처리하는 딜러의 특성에 따라 장중 변동 폭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실제 결제가 되는지, 채권 재투자가 이뤄지는지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