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공단 현직 임원 가운데 70%의 임기가 종료돼 의사결정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을 총괄 관리하는 임원인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백도 반년 넘게 이어져 시장에서는 '600조' 국민연금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임원은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이 중 김 이사장과 김욱동 비상임이사, 장재혁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7명의 임원은 모두 임기가 끝났다.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나,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임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임원들은 임원추천위원회나 상임이사추천위원회 등의 추천을 받은 후 대통령이나 이사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임명하게 돼 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린 이후 정식으로 임원이 되기까지 통상적으로 2~3달가량 걸리기 때문에 국민연금 정상화 과정도 그만큼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총괄하는 기금이사 자리도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 사임 이후 계속 공석으로, 현재는 조인식 CIO 직무대리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당초 김 이사장이 선임된 이후 일사천리로 CIO 인선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인재들이 CIO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해 지원을 꺼리고, 정부와 국민연금에서도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연금 전 이사장과 전 CIO가 동시에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CIO 직무를 수행하다가 자칫 정치적 외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서 제기된다.

국민연금 CIO 인선이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CIO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전에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 아무리 빨라도 올해 4월 말에나 CIO가 선임될 수밖에 없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과 6월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들이 상반기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의 임원 임명은 정부와 이사장 등 임명권자의 의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정권 교체 이후 국민연금이 과도기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국민연금 CIO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며 "CIO 공백이 일종의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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