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홍콩 항셍H지수(HSCEI)가 1만3천대로 고공행진을 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량 속도조절에 나서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와 연합인포맥스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에 따르면 전일 홍콩 H지수는 전날보다 1.98% 하락한 13,389.38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홍콩H지수가 12,068.99로 출발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약 11% 급등했다.

약 2년 전인 2016년 2월 지수가 7천498.81까지 폭락했었던 때에 비해서는 두 배에 가깝다.

최근 홍콩 H지수가 크게 오른 것은 지수 내 비중이 큰 은행업종의 실적이 향상되고, 중국 본토 증시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ELS 기초자산으로 사용되는 홍콩H지수가 지난해부터 반등하면서 그간 증권사들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ELS 조기 상환이 원활히 이뤄진 데다 약 3년 전 고점 부근에서 발행된 ELS도 올 상반기 중으로 만기상환되면서 증권사 수익에 큰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홍콩 H지수 급등세가 가팔라지면서 일부 증권사들 사이에서 ELS 발행량을 줄여야 할지 고민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수가 빠르게 오른 만큼, 이제 고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2년 전 홍콩 H지수 급락 당시 국내 증권사 중 ELS 자체헷지 비중이 높았던 곳들은 큰 손실을 봤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ELS 발행 잔액은 39조8천343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홍콩H지수 변화에 따라 발행물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주가지수 추이를 살피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ELS를 발행하기 시작한 메리츠종금증권도 향후 H지수 추이를 지켜보며 속도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딩 관계자는 "몇 년 전 홍콩 H지수 폭락으로 ELS 손실을 본 곳이 많아지면서 기초자산 다양화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H지수만큼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이 없어 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H지수 향방에 따라 ELS 발행량도 조절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ELS 발행 시 기초자산인 H지수가 높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이 아니고 지수대별로 범위가 흩어져있어야 한다"면서도 "과거 증권사들이 크게 손실을 봤던 경험도 있고, 최근 지수가 많이 올라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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