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산업은행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이 호남기업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다"며 일축했다.

산은은 3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을 인수할 우선협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운데 40%를 먼저 인수하겠다고 했고, 산은은 이를 받아들였다. 대신 산은은 잔여 지분을 2년 후에 시장가(價)대로 호반건설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호남기업인 호반건설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은 공정한 절차대로 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저희는 주관사와 계약했고 188개 투자자를 대상으로 태핑을 진행했다"면서 "188개 가운데 22개와 비밀유지약정(NDA)을 체결했고, 이 중에서 13개 기업이 예비입찰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산은은 엄정한 평가를 거쳐 3개 기업만 입찰 적격후보로 올렸고, 여기에 포함된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고 전 부행장은 설명했다.

분할 인수를 허용한 데 대해서 전 부행장은 "지난 2016년 매각을 추진하기로 할 때 분할 매각 부분은 이미 의결한 부분이며, 예비입찰서를 잠재투자자에 배포할 때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헐값 매각논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이다.

산은은 금호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3조2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호반건설이 인수가로 1조6천억원을 제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파는 셈이다.

전 부행장은 "공정가치로 보고 비싸다, 싸다를 판단해야 한다"며 "대우건설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가는) 평균 주가 수준에서 30% 정도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해 말 대우건설 매각일정과 관련해 투자금액보다 다소 낮더라도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6일 우선협상자 발표를 예정하고서 미룬 배경에 대해서는 "호반건설의 제안서 중에 애매한 부분이 있었고, 조정해야 할 게 있어서 시간이 지체됐다"면서 "주말에 걸쳐서 작업했고 오늘 오전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호반건설과 산은은 잔여 지분 10.75%에 대한 풋옵션에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2년 후에 무조건 팔 수 있게 주요 금융기관을 통한 신용보강을 하라고 했고, 호반건설은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행장은 "호반건설이 어떤 금융기관을 통해 보증을 받아올지는 모른다"면서도 "최종적으로 양해각서(MOU) 체결하기 전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호반건설이 1조6천억원 수준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하지만, 향후 잠재부실 발생에 따른 추가적인 가격 할인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종철 PE실 실장은 "비밀유지 약정이 있어서 말할 수 없다"면서 "현재 단계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윤종국 PE실 기업가치재고단장은 "현재까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진지하고 성실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수많은 인수ㆍ합병(M&A)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발을 뺀 호반건설에 대해서 '이번에는 다르다'고 진단한 셈이다.

호반건설은 내달 산은과 MOU를 체결하고 약 두 달 동안 대우건설 정밀실사에 돌입한다. 이후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늦어도 여름께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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