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력 직원은 물론 사회 초년생들도 '계약직'의 꼬리표를 달고 출발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43명의 대졸자 공채 신입 직원들에 대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디지털 금융, 자산관리(WM) 등 4개 부문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이들은 약 8주간의 연수가 끝나면 각 부서에 배치될 전망이다.

신입사원들은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경력 입사자는 물론 신입사원에 대해서도 1년 이상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심사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고액 연봉자가 많아 경력직을 뽑을 때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실적과 성과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고는 한다. 그럼에도, 신입사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신입사원 공채는 진행하지 않고,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고 있다. 경력직 등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명목상 계약직일 뿐, 임금이나 대우 등이 정규직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대부분의 직원이 무리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도 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높은 이직률을 생각하면 계약직 채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신입사원 임금이 최저임금의 3배 정도 수준으로 대우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대우가 같을지라도 계약직이라는 꼬리표 자체가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정부의 정규직 확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신입마저 계약직으로 수년간 근무하게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규직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직원들에게 심리적 제약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리서치센터 RA도 대부분 3개월짜리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타사에서는 신입 공채 정규직 사원들을 RA로 발령내는 추세"라며 "처우가 다르지 않다면 더더욱 계약직 채용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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