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예상 밖의 매파 발언을 꺼낸 것은 금융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 기대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드라기 총재는 2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 연설에서 "디플레이션 위협이 사라지고 대신 리플레이션 압력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 억제 요인이 모두 일시적이며, ECB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여전히 금융완화가 필요하다는 종전의 입장도 되풀이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내용이 적었으나 낙관적인 물가 전망을 언급해 시장이 '완화 축소를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상당히 준비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ECB가 지난 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로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9월에 자산 매입 축소 계획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됐다.

씨티는 "시장이 이를(자산 매입 축소 계획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하자 정책 자율성이 떨어지는 것(정책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급등해 28일 아시아 환시에서 장중 1.1378달러까지 상승했다. 작년 6월 이후 최고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유로화 강세가 이어질지는 드라기 총재의 물가 상승 전망을 뒷받침할 지표가 나올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마침 오는 30일 유로존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미국처럼 물가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의 시각차가 크면 유로화 강세 압력은 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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