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최근 중국과 한국 등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규제가 강화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대폭락 직전의 '금융경색' 단계에 근접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4일 '국제금융 이슈-최근 비트코인 가격급락 현상과 가상통화 생태계'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가 창안하고, 경제사학자인 찰스 킨들버거가 발전시킨 '대체-호황-도취-금융경색-대폭락'의 5단계 신용 사이클 모델을 적용해 비트코인 가격을 분석했다.

신용 사이클 모델을 보면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수 있는 기술발전이 일어났을 때 대체 단계가 발생한다.

이후 많은 투자자가 진입하면서 2단계 호황으로 발전하고, 일정 시점에 누구나 참가하는 도취 단계에 들어간다.

이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경우 작년 11월 시점에서 도취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도취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자신만 뒤처질 수 없다는 조바심과 높은 가격에 되팔아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생각에 추가로 가상화폐를 사들이게 되는데 이는 '더 큰 바보 이론'에서와 같이 '자기 강화'적인 속성을 갖게 된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더 큰 바보 이론은 자산의 시장가격이 고평가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더 우매한 바보가 그 자산을 구매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비싼 자산을 구매한다는 이론이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심을 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보유한 가상화폐를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4단계인 금융경색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각국의 규제 강화 등 비우호적 소식들 때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가상화폐 보유자들은 투자이익이 감소하거나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며, 저가 매수에 따른 가격 반등 기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아직 4단계인 금융경색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근접해 일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기반기술로 하는 가상화폐의 보안성에 취약성이 발견될 경우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가상화폐 실험은 용두사미에 그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지급결제수단으로서 가능하지 못하고, 믿을만한 가치저장수단도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상토큰의 남발로 구매력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이 연구원은 4단계 금융경색 현상을 지나면 투자자들이 공황상태에 빠지고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서 가격 상승 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폭락하는 '민스키 모멘텀'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17세기 튤립 버블 과정에서 튤립의 구근 가격이 1개월 만에 거의 40배 상승했지만, 법원이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다 버블은 순식간에 꺼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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