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성 임직원 골프대회를 왜곡하고 폄하하여 기사화한 부분에 대해 매우 심한 분노와 모욕감을 느낍니다."

얼마 전 미래에셋그룹의 여직원 골프대회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사내에 돈 성명서다. 작성자는 이 골프대회를 주최했다는 미래에셋대우의 한 여성 본부장이다.

이 본부장이 분노했다는 언론 보도의 골자는 이렇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매년 여직원 골프대회를 열고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골프를 잘 치는 여직원은 빠르게 승진하기도 했고 30대 이상의 여직원들이 장기자랑으로 춤과 노래를 '오롯이' 회장님만을 위해 했다.

이 보도에 대해 글 작성자는 하나하나 반박한다.

해당 행사는 참가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인원수를 제한할 만큼 인기가 높은 행사며 강요되지 않는다, 뒤풀이가 오후 9~10시쯤 시작됐고 주말이었기 때문에 각 가정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골프 우승자 특진과 관련해서도 "우승자가 다음 해에 진급한 경우와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변경돼 진급한 사례는 골프대회와 관계없었다"며 "이는 직원의 역량과 진급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였다"고 했다.

문제는 여직원들이 강제로 차출됐느냐, 혹은 이중 우승자에게 특진이 있었느냐 그 이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직원'이라는 딱지를 붙인 행사가 6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셋은 이미 여성과 남성에 동일한 가치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어디에서도 '남직원 골프 행사' 혹은 '남직원 장기자랑 대회'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 '직원'이란 단어 앞에 접두사가 붙는 건 항상 여(女)뿐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이 여성 본부장 글로 미래에셋 내부는 물론 금융투자업계가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미래에셋과 경영진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야 할 판에 무성의한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대내외 공분을 사고 있는 셈이다. "부끄러움의 몫은 미래에셋 직원들이냐"라는 '웃픈' 얘기까지 나온다.

한 여검사의 폭로 등 법조계에 이어 산업계까지 감춰졌던 여성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는,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래에셋대우 여직원은 "골프를 잘 치면 승진에서 유리해진다는 건 회사 내에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민간 기업이고, 한 개인의 소유이지만 왜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좋은 취지의 행사가 6년 넘게 진행되었고 신청자가 많아 오히려 신청자 제한을 할 정도로 다수의 참여자는 행사에 만족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일부 참석자라도 행사 진행에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취지가 왜곡돼 안타깝지만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향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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