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의 부인에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 여파가 지속하고, 위험자산 선호도 강해졌지만 혼조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5bp 오른 2.223%에서 거래됐다. 한달 새 최고치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6bp 내린 1.353%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4bp 상승한 2.777%에서 거래됐다.

채권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ECB 부총재가 전일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시장이 오해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영향으로 간밤의 낙폭을 줄이며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드라기 ECB 총재가 양적 완화(QE)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고 미국의 소비자신뢰 지표가 호조를 보인 데 따라 하락했다.

ECB의 비토르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에 "개인적으로 (전일) 연설에서 드라기 총재가 이전에 두 차례 통화 정책에 대해 내놓은 발언과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유로화는 1.1387달러에서 한때 1.1291달러로 수직으로 미끄러졌고,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도 ECB 부총재의 발언 후 연 0.38%에서 한때 0.33%로 내렸다.

드라기 총재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연례 ECB 콘퍼런스에서 "ECB의 통화완화 정책이 좋은 효과를 가져왔고, 경제성장 추세가 빨라지면서 줄여나갈 것"이라면서도, "경제가 개선되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으면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세가 추세를 웃돌면서 QE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ECB 부총재 발언 후 미 국채가 낙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일 종가보다 높은 것은 투자자들이 전일의 드라기 발언 영향을 완전하게 무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스톤앤드매카시리서치어소시에이츠의 존 카나반 시장 애널리스트는 "드라기 발언의 정확한 의미와 상관없이 국채수익률은 조정을 받을 시기가 무르익었다"며 "이는 세계 통화부양책의 진도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부진하게 나왔다.

미 상품수지 적자 규모가 전달대비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컸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상품수지(계절조정치) 적자가 전달대비 1.8% 감소한 65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 전망치는 658억달러 적자였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은 "우리는 지난 4월의 적자 급증 충격 이후 무역 적자가 더 개선되기를 희망했다"며 "5월 수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더 끌어내릴 것이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펜딩(에스크로 오픈) 주택판매는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과 재고 부족 탓에 석 달째 감소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5월 펜딩 주택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8% 하락한 108.5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조사치는 0.8% 상승이었다.

5월 펜딩 주택판매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낮은 수준을 보였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주택재고가 강한 수요를 따라잡는데 고전하고 있다며 "구매 희망자들은 제한된 선택지들과 매우 빠르게 올라가는 주택가격 때문에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펜딩 주택판매 결과는 한 달 혹은 두 달 안에 기존 주택판매 결과에 반영된다.

앞서 발표된 5월 기존 주택판매는 전월보다 1.1% 증가한 바 있다.

네이션와이드의 벤 아이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나온 전주대비 주택구입용 담보대출 신청 감소와 펜딩 주택 지표를 함께 보면 올해 여름 주택판매의 소강을 시사해준다"고 진단했다.

린제이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이날 펜딩 지표는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이 구매자들에게 주택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굴절요인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대출 금리가 낮음에도 높은 집값은 계약금 부담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부크바는 집값 상승률은 5~6%에 달한다며 이는 물가의 세 배여서 주택산업 자체의 업황 둔화를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지표 부진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를 큰 폭으로 뛰지 못하게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금리 25bp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1.5%가 될 가능성을 9월과 12월에 각각 12.8%와 47.3% 반영했다. 전일에는 각각 12.8%와 43.6%였다.

영국 국채수익률은 파운드화와 함께 중앙은행 총재의 매파 발언에 급등했다.

파운드화는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과 함께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의 발언에 상승했다. 10년물 길트는 장중 9bp 높아져 1.19%까지 올랐다.

마크 카니 총재는 이날 ECB 연례 콘퍼런스에서 "트레이드 오프 상황이 완화하면서 정책 결정이 기존 방식대로 이뤄진다면 경기부양책의 일부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초 BOE는 금리를 동결했으나 성장 둔화에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는 '절충(trade-off)' 상황으로 내부에서 금리 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니의 이 발언은 BOE가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정으로 금리를 인하한 후 다시 인상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증거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졌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와 유가 상승세 속에 옆으로 걷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는 연준이 실시한 대형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낙관과 기술주 반등으로 올랐다.

뉴욕유가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영향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컴퓨터 기술과 데이터 저장 기술의 발달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며 "1991년 아이폰의 저장 및 전산처리 가치가 전화기 당 144만달러에 달했지만 오늘날 아이폰은 극소수의 비용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리더는 또 "무선 전화 서비스 비용이 연간 13%나 급감해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반영됐다"며 "업종별로 물가상승률이 매우 다양하고 인구학적인 변화도 있어서 연준이 2%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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