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차기 한국은행 총재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약 10명 안팎의 인사를 차기 한은 총재 후보군에 두고 내부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한은 총재 임기가 내달 31일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차기 한은 총재로 거론되는 유력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유력하게 거론됐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주미대사에 임명됨에 따라 인선은 안갯속이 됐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 대부분은 교수 출신이다. 한은 출신으로는 이광주 전 한은 부총재보, 김재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 장병화 전 한은 부총재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차기 한은 총재 후보군 중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 때문이라는 이유다.

한은 일각에서는 이 총재 연임설에 대해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통상 한은 총재는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 번갈아가면서 오는데, 한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총재가 되면 조직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해외에서도 중앙은행 총재가 자주 바뀌는 국가는 많지 않다. 재닛 옐런 미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제외하고는 임기를 두 차례 이상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중앙은행 총재가 4년마다 바뀌지만, 해외는 한 번 중앙은행 총재가 되면 연로의 이유로 은퇴할 때까지 연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재닛 옐런 전 의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임을 했다. 스테판 잉베스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는 2006년 취임한 후 지난해 추가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022년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가 잘 바뀌지 않지만 한국만 4년마다 총재가 바뀌면서 국제무대에서의 중앙은행 위상이 경제 규모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규모개방경제인 한국은 중앙은행 총재의 국제감각이 업무 수행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다른 총재와 달리 인물이 자주 바뀌면서 연속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업적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다. 한은과 기재부가 공동으로 작업한 한·중 통화스와프,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로 금융 안전판을 마련했다.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국민이 뽑은 올해 최고 경제정책에 꼽히기도 했다.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한은 총재 자리 특성도 이주열 총재에게 유리하다. 이 총재는 청문회를 받은 첫 한은 총재다. 청문회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한 번 청문회를 통과했던 이 총재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한은 총재 자리 특성상 외부 출신 인사가 올 가능성보다는 한은 내부 출신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며 "청와대에서는 이주열 총재 연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은 총재는 경제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국제적인 인지도 등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나라는 중앙은행 총재가 장기집권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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