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2013년 동양사태 이후 유안타증권에 드리워진 그늘이 걷히려면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자본잠식, 소송전, 고비용 구조 등 동양사태에서 파급된 문제들로 인해 주가가 눌리며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 노력도 다소 빛이 바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안타증권은 2014년부터 12개 분기째 부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2013년 대규모 적자가 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부분 자본잠식은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현상을 의미한다.

동양그룹 계열사였던 동양증권은 지난 2013년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 사태를 겪은 뒤, 대만 유안타증권에 인수되며 새롭게 출발했다.

간판을 바꿔 단 지 3년가량이 지났지만, 아직 동양사태의 여파를 완전히 떨어내지는 못했다. 동양사태 이후 소송이 줄을 이으며 유안타증권의 소송 건수와 금액은 3년째 부동의 1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안타증권에 관련된 소송금액은 6천200억원에 달해 증권업계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지난 27일 악재는 재차 불거졌다. 동양생명 인수를 둘러싸고 안방보험과 보고펀드의 7천억원 규모의 소송전이 점화됐다. 유안타증권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이 포함되며 330억원가량의 소송액이 추가로 발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다수의 소송전에 따른 법률 관련 비용과 유안타 그룹에 편입되기 전에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인한 이자 비용 등이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70개에 달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브랜드 변경 후 광고비 등 비용부담이 경쟁사 대비 높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한 동양사태라는 큰 금융 사건을 겪은 후의 여파가 여전히 지속하는 듯하다"며 "추가 소송이 불거질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이 가중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돌발 악재에 주가도 눌렸다. 이달 증권주가 7% 가까이 오르는 사이 유안타증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유안타는 연초부터 이어진 증권주 랠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이다.

급락한 주가에 상승 탄력을 불어넣고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주주들에게 피력하고자 서명석 대표와 황웨이청 대표 등 주요 임원진은 2014년부터 4개 연도 연속으로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2014년부터 임원진이 사들인 자사주는 26만주에 달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434)에 따르면 지난달 말 유안타증권의 임원 20명은 자사주 8천주를 순매수했다. 평균 매수단가가 4천48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임원진은 이미 주식 매입을 통해 손해를 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이벤트들로 유안타에 대한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고 동양사태의 여파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자산 건전성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고 영업력도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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