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외국인이 지난 이틀 동안 국고채 등 원화채권을 3조원 어치 팔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긴축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글로벌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대규모 투매가 더해지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여부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9일 연합인포맥스 채권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56)과 투자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4565)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일 국고채 5년 경과물인 15-9호 1조45억원을 포함해 1조3천705억원의 원화채권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27일 국고채 3년 경과물인 16-2호 1조1천435억원을 포함해 1조6천억원 이상의 원화채를 매도한데 이어 이틀간 3조원 이상의 원화채를 투매했다.

국채선물도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전일 3년 국채선물을 1만1천622계약, 10년 국채선물을 5천88계약 팔았다.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을 1만계약 이상 매도한 것은 지난 3월 9일 이후 처음이다. 10년 국채선물도 5월 초 이후 한달 반 만에 가장 많이 팔았다.

<표> 지난 27·28일 외국인 원화채 매도 상위 5종목

채권명만기일(단위:백만원)
국고01500-1906(16-2) 2019-06-10-1,143,482
국고02000-2103(15-9) 2021-03-10 -999,776
통안0133-1810-02 2018-10-02 -304,947
국고01250-1912(16-7) 2019-12-10 -231,200
통안0127-1708-01 2017-08-09 -120,000




전일 장중 한때는 원화채를 투매한 외국인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신흥국 국채로 이동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채권을 비롯해 주식과 원화도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9.39포인트 하락한 2,382.56에 마감했고, 달러-원 환율은 7.10원 오른 1,144.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런 이유로 한국물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외국인이 이틀간 3조원 이상 원화채 매도에 나서면서 수급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전일 템플턴펀드로 추정되는 자금이 일거에 이탈하며 투심이 크게 위축됐는데 드라기 ECB 총재가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대외 정책 불확실성까지 자극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최근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는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불거질 수 있는 점도 외국인 매도세를 확대하는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미국이 6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채 대비 원화채 2년물과 5년물 금리 메리트도 상당히 없어졌다"며 "유럽까지 테이퍼링을 하면 유로화 강세라 원화에는 약세요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이나 금리나 한국물 투자 메리트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장참가자들은 그럼에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외국인이 나간다고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국내 유동성도 충분하고 달러도 많아, 오히려 자금이 나가면서 환율이 약해지면 그에 따른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템플턴펀드로 추정되는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도세는 향후 다소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템플턴 펀드의 경우 올해 1분기를 기준 이미 단기 통안채 축소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국고채 비중이 90% 이상이다"며 "추가적인 단기채 매도 물량이 나오더라도 그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당장 본격적인 외국인 환매가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외정책 불확실성이 얼마나 빠르게 완화될지에 따라 외국인의 원화채 매수가 재개될 것 같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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