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올해 첫 금통위 회의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리스크요인을 꼼꼼히 점검했다.

금통위원들은 6일 발표한 1월 금통위 의사록(1월18일)에서 장기금리 상승, 한·미 정책금리 역전, 자본유출입 등을 우려하며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국제금융시장 주요 리스크는 '장기금리 상승세'

한 금통위원이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주된 리스크요인을 묻자 한은 관련 부서는 "장기 금리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향후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이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갈 경우 이들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면밀히 모니터링해 달라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은 "최근 미국 장기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고용지표 개선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국내 장기금리가 이에 동반해 상승하는 이유를 물었다.

한은 부서는 "양국 경제의 연계성 강화 등이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장기금리가 일부 동조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통위원은 미국 장기금리의 기간프리미엄이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으며 이 프리미엄이 조정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은은 "그동안 ECB 등의 양적완화로 늘어난 유동성이 미 국채시장으로 유입된 것이 장기금리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앞으로 ECB 등의 통화정책이 점차 정상화된다면 이 프리미엄이 조정압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미 금리 역전과 자본유출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과 외환시장 영향에도 주목했다.

관련 부서는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다면 국내 자본유출 문제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시장참가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자본유출이 환율 변동을 통해 물가에 미칠 영향에도 무게를 실었다.

금통위원은 "국내 자본유출이 환율 변동을 통해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정책금리 역전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여길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부 위원도 "최근 주요 선진국의 국채금리가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 등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신흥국의 자본유출 위험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한은 관련부서는 "아직까지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국별로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므로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美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美보다 유럽 긴축에 더 민감

미 달러화가 올해 상반기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 금통위원은 "미 연준이 올해 3월에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는 가까운 시일내에 인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보인다"며 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을 주목했다.

한은 관련부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가 올해 상반기에 강세로 전환되더라도 하반기에는 다시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미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여전히 고평가 돼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일부 위원은 1월중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이유를 질문했다.

한은은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시장금리 상승보다 ECB의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에 좀 더 주목하면서 미 달러화가 유로화보다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이 위원은 ECB가 아직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관련 부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는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으므로 유로-달러 환율이 향후 ECB의 정책금리 인상 관측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잠재위험 모니터링해야

금통위원들은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요인과 관련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화 약세도 주로 실물경제 확장세, 이를 반영한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에 기인한 것"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잠재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당시와 같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주가 등 자산가격 조정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비록 전체적으로는 둔화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것으로 신용대출은 확대되고 있다"며 "대출의 연체잔액 증가율이 그간의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돼 올해는 지난해 취급분의 만기도래로 일시상환부담이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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