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낙하산 임원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 임원의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서 업무 차질도 빚어져 애꿎은 증권사에만 불똥이 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 노조는 신임 투자지원본부장(상무)의 선임에 반발하며 24일째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갔다. 신임 상무 선임을 둘러싼 갈등은 뚜렷한 해결 기미 없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예탁결제원은 지난 12월 26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투자지원본부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이사회 개최 직전 이사들에게 안건을 통보한 것에 대해 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증권 유관기관이 아닌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노조는 신임 상무의 첫 출근이 예정됐던 지난달 15일부터 여의도 사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예탁원의 차세대 결제 시스템에서 전산 오류까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30일 예탁결제원의 차세대 시스템 세이프플러스(SAFE Plus)에서 '전문양식' 서비스 관련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대외접속(CCF) 전문처리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며 증권사들이 관련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시스템 장애로 증권사들의 타사 입출고(증권사 간 증권 이체) 및 법인의 매매 내역 전송 등의 업무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투자지원본부 산하의 증권정보부가 SAFE 등의 증권정보관리 서비스를 총괄한다. 투자지원본부는 현재 본부장 선임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는 바로 그 조직이다.

증권정보부는 정보관리 시스템을 통해 SAFE나 증권정보포털(SEIBro)를 관리하고, 해당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가공한 정보를 정보사업자나 금융기관 등에 제공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예탁결제원의 임원 공석 상태가 장기화하며 업무 차질까지 빚어졌다며 이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현재 경영진 내에 낙하산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많아 회사의 경영리스크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임원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업무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외부에서 업무 보고를 받는다고 해도, 일상적으로 조직 구성원들과 스킨십을 하며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업무 차질은 증권사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태가 빨리 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해당 본부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것은 이미 3개월이 넘었다"며 "이번 사태와 전산장애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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