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대주주의 보유지분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건설에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변수로 떠올랐다. 모로코에서 불거진 대규모 부실이 영업이익을 크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뜻밖의 재무 위험에 노출되면서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합병도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대우건설은 7일 지난해 4·4분기에 1천432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6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적자를 재현했다. 같은 분기 당기순손실은 1천474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작년 영업이익 목표를 7천억원으로 공개하며 보수적으로 산정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내심 영업이익 1조원을 바랬지만 정작 성적표는 목표치에서 37.5%나 미달했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이 대규모 부실의 원인이 됐다. 이 현장은 지난해 3분기에도 230억원의 추가 원가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가 3천~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모로코에서 시운전 중인 발전소 현장의 일부 자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며 "다시 제작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원가가 올라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견은 올해 초에 했는데 잠재 손실을 미리 반영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대우건설은 앞으로 나올 추가 잠재부실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연말마다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는 징크스가 반복되며 시장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2015년 마지막 분기에는 일곱 분기 연속 흑자 기조가 깨졌고 1년 후에는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처리) 명분으로 사상 최대 분기 영업적자(7천314억원)를 기록했다.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시련 후에 단행된 빅배스지만, 이번에도 어닝쇼크가 되풀이했다. 전일 대우건설의 주가가 4.49% 빠지며 연중 두 번째로 낮은 마감가(5천750원)를 보여 실적에 뭔가 있다는 말이 돌았는데 현실로 다가왔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부정적인 국면으로 돌아설 위기다. 예상치 못하게 실적이 출렁여 재무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까지 오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본계약까지 마무리할지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에는 이번 부실이 더 이전에 알려졌을 것이고 호반건설은 전일 내지는 빨라도 이번주에나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고 난 뒤여서 호반건설은 상당한 충격과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호반건설이 당장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재무적으로 연결되면 이후 부실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된다"며 "이대로라면 2~3년 후에 남은 산은 보유지분을 가져오는 계획에서 걸림돌이 생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반건설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천억원이 다소 넘는다. 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1조6천억원 수준이라 앞으로 호반건설 자체의 프로젝트로 분양 잔금이 들어와도 신용등급을 받고 외부조달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