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미국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노무라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등 상품을 조기 청산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상품의 출시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경고음이 고조됐다. 국내 상품 출시가 빨랐다면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었던 상황이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증권사도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IB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와 연계된 투자 상품을 조기 청산하고 나서면서 국내에도 적잖은 파급효과가 우려됐다.

최근 노무라는 '넥스트 노트 S&P500 VIX 인버스 ETN'을 조기 청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크레디트스위스도 '벨로시티쉐어스 데일리 인버스 VIX 숏텀 ETN' 거래를 중단하는 동시에 조기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하며 VIX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지난 5일에만 VIX는 전일 대비 115%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VIX 선물 가격으로 만든 지수를 추종하는 XIV, SVXY의 기준가는 하루 만에 90% 이상 하락했다.

조기 청산에 나선 두 상품은 VIX가 급등할 때 가치가 하락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청산기준에 따라 발행기관은 기준가가 80% 이상 하락하게 되면 조기 청산에 나설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 자체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변동성 매도 전략의 매력도 자체가 후퇴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VIX 관련 상품 구조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내달 출시 예정이었던 국내 VIX ETN 상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ETN 발행사들은 내달 VIX ETN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VIX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불완전 판매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VIX ETN 출시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정방향 투자 상품은 내달 출시가 확정됐지만, 이번에 조기 상환 이슈가 불거진 역방향(인버스) 상품의 경우 올가을에나 출시한다는 방침이었다.

거래소는 발행 증권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투자자 보호 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최대한 빨리 고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안전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노무라 등이 아예 조기 상환에 나선 것은 역사상 처음 발생한 새로운 이벤트"라며 "초기에 상품 출시가 지연됐던 것도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방향 상품의 경우 혹시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어 9~10월에 상장하기 전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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