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호반건설이 스스로 새우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고래를 삼키겠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멀리 보이는 고래의 모양만 보고 줄행랑 치는 격입니다"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은 8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것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1조6천억원 수준에서 대우건설을 품겠다고 했고,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이를 수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고 표현했다.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의 배경으로는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본 3천억원 수준의 손실이 꼽힌다. 예상하지 못한 손실 탓에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기회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해외사업장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들어야 한다"며 "국내에서 주택사업으로 쉽게 돈을 벌던 호반건설은 이번 손실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우건설은 카타르와 오만, 쿠웨이트,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대형 사업장은 올해 대부분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의 주범인 2조원대의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은 올해 7월 준공 예정이다.

총 1조517억원의 카타르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이 준공 예정일이었고, 1조1천742억원의 쿠웨이트 CFP프로젝트는 지난달이 예정일이다. 총 2조2천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아주르 현장은 내년 7월이 완공인데, 이를 제외하고 대형 프로젝트는 보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일부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처음부터 '홍보 효과'를 위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보바스병원,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등 수많은 딜에 참여했다. 그러나 대부분 중도에 인수를 철회했고 성공한 거래는 대략 200억원 규모의 울트라건설이 유일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에 M&A 초대장을 보내면 일단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기 때문에 경쟁률을 높이기 위한 '들러리'로 세우기 가장 좋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호반건설도 수많은 딜에 참여하면서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호남 기반의 건설사라는 이미지를 벗었고, 이번에 대우건설에 손을 뻗치면서 자금력이 충분한 '우량 건설회사'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데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은 "호반건설이 자문사 수수료로 쓴 비용보다 홍보로 거둔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아닌 홍보 측면에서만 보면 영리하게 대우건설 인수전을 활용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