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이재헌 기자 =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매각에 실패하며 관리 체제의 한계를 노출했다. 매각 실패의 원인이 된 '어닝쇼크'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 관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오너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7일 대우건설이 공시한 작년 4·4분기 실적을 이유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됐다. 인수가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당 7천700원으로 총 인수가액은 1조6천억원으로 평가됐다.

호반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이에 대해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수포기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호반이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작년 4분기 어닝쇼크와 관련해 이번 주에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3분기에도 해외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 반영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건설의 경영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용평가업계도 대우건설의 어닝쇼크가 반복되고 있다며 관리능력 부재를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건설의 작년 말 해외부문 수주잔고의 평균 원가율이 104%로 매우 부진하고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인식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원가관리능력, 클레임 청구 등 해외사업 교섭력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대규모 해외손실 인식으로 실제 현금유출은 올해 이후에 이뤄질 것이다"며 "약 3천억원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금액의 20%를 초과하는 금액이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해외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산업은행이 해당 임원을 경질하거나 문책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산은 관리 체제의 한계를 노출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무산됐지만 산은이 재매각에 나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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