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금융지주가 연간 실적에서 7년 만에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최근 몇 년 새 KB가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반을 넓혀온 데 비해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전세 역전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B금융은 8일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3천119억 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54.5%(1조1천682억 원) 증가한 것이며 2008년 지주사 설립이래 최초 3조 원대 순익이다.

전일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도 6년 만에 최고치인 2조91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아쉽게 '3조 클럽' 진입에는 실패했다.

KB와 신한의 당기순이익 차이는 3천940억 원까지 벌어졌다.

KB금융이 연간 누적 실적에서 신한금융을 앞지른 것은 금융회사가 공통된 회계 기준인 IFRS를 도입한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KB금융은 지난 6년간 늘 신한금융에 뒤처져 있었다.

두 지주사의 순익은 늘 6천억~7천억 원씩 차이가 났다. 2016년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은 2조7천748억 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KB금융은 2조1천437억 원에 불과했다.

KB금융은 지난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화하고 KB증권 인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신한금융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작년 1월 25일 신한금융 주가를 5년 만에 역전하고 6월 29일 시가총액도 넘어선 데 이어 작년 2분기에 분기 실적 기준으로 처음 신한금융을 앞서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했다.

KB금융이 신한금융은 연간 실적에서 큰 차이로 따돌린 데에는 양사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역할이 컸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1천7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5.6%(1조2천107억 원)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1조711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8% 줄었다.

지난 4분기 희망퇴직을 단행한 여파라고 하지만 1조 원까지 순익 차이가 난 것이 전체 지주사 실적에서도 큰 차이가 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은행 영업이익만 비교해봐도 국민은행은 2조6천497억 원으로 신한은행(2조1천137억 원)보다 5천억 원 이상, 원화 대출금 역시 234조9천억 원으로 신한(231조7천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많았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국민은행이 1.71%로 신한은행(1.56%)을 앞섰다.

비은행 부문에서도 KB금융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준은 2016년만 해도 20% 후반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말 기준 34.4%까지 끌어올리며 특히 증권 부문과 보험 부문에서는 신한금융을 실적에서 앞서기도 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실적은 발표전 시장예상치가 상향조정되더라도 매 분기 이를 웃돌고 있다"면서 "이자이익 증가세가 뚜렷하고 증권·손보 자회사 지분이 확대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KB국민은행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윤종규 회장이 직접적인 타깃이 되는 점이 향후 지배구조 리스크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 따라 최고경영자 교체 가능성 등이 대두하면 KB금융 성장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향후 보험사 M&A에 따라 리딩뱅크 자리가 또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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