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옥죄기'를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에도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대신 중소기업과 소호 대출 중심의 기업대출을 늘린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금리가 상승 추세를 이어가며 은행의 곳간은 넉넉해진 셈이다.

◇작년 4분기 이자이익, 우리銀 홀로 '주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KEB하나ㆍ신한ㆍ우리은행이 등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모두 지난해 4분기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1조4천218억 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1조3천875억 원)보다 343억 원 늘어난 성과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5조3천943억 원을 기록, 일 년 새 11.7%나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1.70%대로 올라선 순이자마진(NIM)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은행이 이끈 그룹 전체 이자이익의 증가율은 13.6%에 달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4분기 이자이익은 1조1천780억 원으로 전 분기(1조1천420억 원)보다 360억 원 늘었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4분기 연속으로 이자이익이 꾸준히 상승했다. 하반기 들어 NIM이 1.50%대로 개선되면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은행의 선전에 힘입어 하나금융그룹의 연간 이자이익도 10.1%의 증가세를 보였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이자이익이 4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이자이익은 1조3천44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증가 폭도 가장 컸다. 2분기와 3분기에 정체됐던 NIM이 4분기 들어 2bp 개선되며 주춤해진 듯 보였던 이자이익 증가 폭이 확대됐다.

덕분에 신한금융그룹의 연간 이자이익 증가율은 8.8%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9천660억 원의 이자이익을 기록, 전 분기(9천720억 원)보다 60억 원 줄었다. NIM도 전 분기보다 4bp 하락한 1.47%를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 중 4분기 이자이익이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상반기 가계대출 중심으로 대출 공급을 늘렸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하반기 들어 공급량 조절에 나선 게 원인이 됐다.

연간 이자이익 증가율도 4.0%로 나머지 시중은행보다 저조했다.

◇ 은행 돈 가계→기업으로…금리 상승은 덤

지난해 시중은행은 하반기 들어 대출의 방향을 기존 가계에서 기업으로 확실히 전환했다.

덕분에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도 중소기업과 소호 중심으로 원화 대출금이 늘었다.

지난해 전체 총 여신의 50%를 넘어서기도 했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대다수 40%대 후반을 기록했다. 대신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했다.

국민은행의 원화 대출금은 234조9천억 원으로 중소기업대출(10.5%) 중심으로 작년보다 6.5% 성장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원화 대출금은 188조2천억 원으로 소호 대출(15.6%)과 중소기업 대출(9.9%)에 힘입어 5.3% 늘었다.

신한은행 원화 대출금은 195조5천억 원으로 작년보다 5.9%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소호 대출이 각각 9% 안팎으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222조1천억 원의 원화 대출 중 가계신용 대출이 18%, 소호 대출이 16%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은행이 가계 중심으로 공급해온 자금을 기업으로 흘려보내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시중은행의 자금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것도 은행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한 증권사 금융업 연구원은 "시중은행의 대출 방향이 바뀌었을 뿐 대출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원화 대출금 증가와 시장 금리 상승 덕에 은행의 이자수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도 추가 1~2차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4대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은 올해 30조 원 수준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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