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둘러싼 문제가 과거 쌍용차 사태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잘나갔던 국내 자동차회사의 몰락과 구조조정, 외국계 자본으로의 피인수와 이후에도 계속된 판매부진과 경영난, 한국 정부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유동성 요청 등 모든 것이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근 미국의 자동차업체인 GM 경영진과 면담에서 한국GM에 대한 지원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 차관은 방한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났으며, 한국GM의 현재 경영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한국GM에 대한 증자와 대출, 재정지원 요청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인정했다.

현재 GM 본사가 요구하는 한국GM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대출 재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GM 본사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한국 정부측의 적극적인 지원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시장에서 철수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라는 배수진을 치고 한국 정부와 노조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행태는 과거 쌍용차 사태가 촉발됐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지난 2004년 쌍용차 지분을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경영난과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2대 주주였던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에 유동성 공급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대주주의 우선 지원 등을 이유로 요청을 거절하자, 상하이차는 지난 2009년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경영권을 포기했다. 쌍용차는 구조조정과 쌍용차 사태라는 최악의 파업을 경험한 뒤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지분 17.02%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GM 본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적어도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유상증자가 성사되면 한국GM은 GM 본사에서 차입한 자금 3조4천억원 대부분을 상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쌍용차 사례를 감안하면 GM의 한국시장 철수는 막대한 규모의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국GM은 1만6천명을 고용하고 있고, 부품회사 등 협력사까지 합하면 30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일자리를 볼모로 한 GM의 자금요청을 마냥 수락하기도 어렵다.

다른 나라에서 GM이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은 뒤 약속을 어기고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부채비율이 2016년 기준으로 8만6천733%에 달하고 4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대기업에,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계속해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하느냐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아울러 한국GM이 자본잠식상태에서도 본사인 미국 GM에 과도하게 높은 매출원가율을 책정해 수익성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논란도 해소해야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GM은 최근 3년간 평균 93.8%의 매출원가를 책정하고 있다. 한국GM이 본사에서 수입하는 품목을 비싸게 사들여 본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반면 자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김동연 부총리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국GM과 관련된 복안에 대한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