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은행이 최근 원화 채권을 대거 사들인 배경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연합인포맥스 장외시장 채권별 거래종합(화면번호:4556)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은 13조8천억 원 상당의 원화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약 7조2천억 원, 투신과 보험은 약 6조2천억 원과 5조6천억 원을 각각 사들이는 데 그쳤다.

은행 매수 규모는 예년에 비해서도 많이 늘었다. 작년 1월에는 6조7천억 원, 2016년 1월에는 3천300억 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매수 규모 확대가 정부의 LCR(유동성 커버리지비율) 규제 강화와 관련 깊다고 설명했다.

LCR 규제는 은행이 유동성 스트레스 상황 시 대응하기 위해, 현금화가 쉬운 고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은행들이 맞춰야 하는 LCR은 종전 90%에서 95%로 높아졌고, 내년에는 5%포인트 추가 상향될 예정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은행이 고유동성 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 등을 대거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고유동성 자산은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등으로 구성되는 레벨1(Level 1)과 15~50%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회사채,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증권 등 레벨2(Level 2)로 분류된다

실제 지난달 은행이 매수한 채권을 종류별로 보면 유동성이 높은 국채(42%)와 통안채(31%)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채와 공사·공단채는 각각 17%와 8%를 나타냈다.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 규제가 강화된 점도 은행이 채권 매수를 늘린 요인으로 꼽혔다.

올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상향되고,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 하향 적용된다.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의 경우,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예금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대출이 한정된 상황에서 예금 규모가 확대되자 잉여자금이 커졌고, 이 자금을 ALM(자산부채관리) 차원에서 국고채 매수 등에 활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LCR 규제 강화에 대응해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국채 등 유가증권 보유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매년 적은 데는 2조 원, 많은 데는 4조 원가량 늘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