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코스닥 부양책에 한국거래소가 때아닌 내홍을 겪고 있다. 전사 역량을 코스닥 활성화에 집중하라는 당국의 주문에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한국거래소에 대한 성과 평가에 있어 종전 20%에 불과하던 전사 공통 지표를 40%로 높였다. 전사 지표에는 코스닥 기여에 대한 비중이 커 사실상 성과 지표 내 코스닥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이전까지 각 거래소 5개 본부에 대한 평가는 본부 자체의 성과 평가인 부문별 지표가 80%, 모든 본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전사 지표가 20% 반영됐다. 총점이 100점 만점이라고 가정할 때, 해당 본부가 모든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면 80점을 얻고, 전체 회사 평가에 따라 점수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본부 자체 평가 지표가 60%로 낮아지고, 전사 지표의 반영 비율은 40%로 늘어났다.

금융위가 거래소에 우수 직원을 코스닥 본부에 배치해 기업 상장을 늘리는 등 코스닥 활성화에 집중하라고 주문한 만큼, 이와 관련된 목표치가 전사 지표에 대거 편입됐다. 사실상 전사 지표 비중이 늘어난 부분은 코스닥 가중치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성과 평가 기준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금융위는 당초 코스닥 본부에 대해 상장 기업을 늘리도록 기준을 차등 적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차등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관철되지 못했다.

대신 전사 지표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며 각 본부가 코스닥을 지원하도록 했다.

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회사 전체를 위해 코스닥에 협조하라는 것"이라며 "파생상품시장은 코스닥 관련 상품 개발에만 몰두하고, 시장감시위원회는 코스닥 활기를 위해 이상 거래 징후를 덜 적출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일각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적자인 부분에 전사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불만도 높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주식은 물론, 채권, ETF 등 상품의 거래도 활발해서 수수료가 인하돼도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은 그간 거래대금도 적었고 상품 라인업도 없어 구조적 적자가 불가피했다.

이에 더해 코스닥 본부 산하의 코넥스시장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장, 거래 수수료 등을 포함한 코넥스시장부의 매출액은 연간 2천만~3천만원 수준이다. 20명가량 직원의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한데 관리해야 하는 기업의 수는 많아 인력이나 물자, 시스템 등은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지원 이사장과 금융위가 우수인력을 코스닥 본부에 배치하겠다고 언급하고는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린 우수한 게 아니라 우스운 직원'이라는 자조까지 나올 정도다"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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