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직원들에게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주어진 권한을 당당하고 과감하게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최 원장은 이날 여의도 본원 대강당에서 임직원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출발 결의대회'에서 "최근 금감원이 외부의 입김에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성원 개개인이 지향점을 잃고 현실에 매몰된다면 감독 당국으로서의 역할이 발휘되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목적의식을 분명히 해야만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난과 직무유기라는 책임 추궁의 딜레마를 오로지 전문가적 판단을 통해 극복해내야 한다"며 "원칙과 법규에 따라 당당하게 우리의 권한을 행사하자"고 주문했다.

이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논란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금감원과 금융회사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하나금융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 연기까지 요구하고 나섰지만, 관치 논란이 커지자 기존 예정된 검사에서까지 하나금융을 제외하는 등 한 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금감원이 발표한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 KEB하나은행에서 비리 정황이 가장 많이 발견됐지만 은행 측이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공이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문제로 체면이 구겨진 금감원이 이번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명예회복을 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은 "매사에 청아(淸雅)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과감하고 냉철한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무명의 영웅들(unsung heroes)'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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