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대우건설이 연이은 해외사업장 부실로 부채관리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신용등급까지 위협받으며 공모 회사채에 발을 들이기 어려워져 채권 만기를 기업어음으로 막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 장기 채무를 단기 차입으로 막는 셈이어서 만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2일 연합인포맥스의 발행사별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90)를 보면 현재 대우건설의 회사채는 총 1천800억원이다. 대우건설34(1천억원)와 대우건설35(800억원), 두 종목으로 구성됐다. 작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1천억원으로 떨어졌지만, 5개월 전에 대우건설35를 발행하면서 확대했다.

이중 대우건설34의 만기가 오는 4월29일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이맘때 회사채 잔액이 4천500억원이었던 만큼 새로 채권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차환할 만한 여유가 있다. 부채비율도 2016년 381.7%에서 작년에 284.4%로 낮췄다.

개선되던 재무여건은 작년 4·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상황이 달라졌다. 반복된 해외사업장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신용등급 강등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한 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 검토'로 조정했다.

최한승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대우건설은 작년 3분기와 4분기 해외사업에서 연이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진행 중인 공사물량의 질적 수준과 공사수행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사업은 공정률과 적정 공정률 간 괴리가 0.5%에 불과하고 시험가동도 예정돼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됐다"며 "결국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서 추가 원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이 지금보다 신용등급이 낮아져 'BBB'를 기록하면 창사 이래 가장 저조한 신용 성적표를 받게 된다. 지난 2014년 이후 신용등급 하락세가 이어진다. 이러한 영향으로 대우건설은 2013년 9월 이후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 신용등급 추이>

만기가 약 2년 남은 대우건설35 회사채는 작년 말에 4.65%에 거래됐다. 대우건설이 앞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5%대 금리를 바라볼 위기다. 최근처럼 재무위험이 부각되면 수요를 다 모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고자 대우건설은 기업어음 발행 한도를 기존 1천500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확대했다. 다만, 대우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만기 1년 이하의 차입금 비중이 88.1%에 달한다. 일시에 상환금이 몰리지 않도록 만기 조절의 과제도 안고 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 시장 진입보다는 발행이 쉽고 잠시나마 금리 부담이 덜한 기업어음을 활용하는 모습이다"며 "현재는 대우건설의 국내 사업 등이 건재하지만, 우발채무를 떠안거나 신뢰도가 더 떨어질 만한 이벤트가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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