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역동적으로 상승해 온 글로벌 주식시장이 2월 들어 소란스럽다. 세계 주식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과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면서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행복감(유포리아 현상)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모든 투자 자산들이 동반 상승할 때는 크게 흥분되지도 않고 또한 별로 걱정스럽지도 않게 되는 현상이다.

최근 시장 금리 움직임을 주의 깊게 경계하기도 하나 경기 확장기에는 당연히 시장 금리가 서서히 오르는 것이 정상이니 그것 역시 크게 염려할 것 없다는 시장 공감대(Consensus)도 유사한 현상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은 대표적인 경기선행지수이어서 시장의 정점을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위험이 그림자처럼 항상 우리 주변을 소리 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황홀경에 도취해 있을 때는 위험이라는 유령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근래 가장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확률변수인 미래의 기대수익률이 위험을 무시할 정도로 높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을 경우 가격은 수직으로 상승하게 된다. 대다수 시장참여자의 기대수익률이 어디까지나 위험이 따르는 미래의 불확실한 확률변수인데도 아전인수식으로 판단하게 되면 소위 버블을 자초하고 희생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버블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과거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60년대 베트남 전쟁을 치른 후 70년대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다 1982년 바닥을 친 이후 줄곧 상승한다. 급기야 1987년 10월 19일(월요일) 하루에 22.6%(508P)나 급락해 지금까지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불리는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적이 있다. 특히 1992년에서 2000년까지의 주가 상승 기간은 이른바 닷컴 버블의 신화를 남긴 기간이었다. 당시 로버트 실러 교수는 저서 ‘이상 과열- 거품 증시의 탄생과 몰락’에서 기업이익의 증가가 지지가 되지 않는 주가상승은 지속할 수 없음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준은 닷컴 버블의 몰락 9개월 전인 1999년 6월에야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1999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후 다음 해인 2000년에 주식시장이 붕괴한 요인 중 하나는 시장의 심리가 지금까지 상승장세의 버팀목인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당시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투자 수요는 금리 인상으로 위축되고 있는데 신규 상장되는 주식 규모는 날로 증가하고 있었다.

1996년 미국 전체 신규 상장규모는 488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0년 신규 상장규모는 1천82억 달러로 많이 증가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예일대학에서 발표한 경기조정 주가이익비율인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 Earning Ratio)가 발표되었는데 시장에서 워낙 낙관론이 우세한지라 시장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였다. 내용은 현재 미국의 경기조정 PER이 2000년 초반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43배에는 미치지 못하는 30배를 넘고 있지만, 이미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시장에 경고한 바 있다.

미국시장 역시 활황장세에서는 과거 평균수준(17배)을 넘어 항상 버블을 남기고 침체 장세에서는 예상보다 지나치게 떨어졌던 것이 경험칙이다. 따라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9년간 상승세의 관성이 당분간 시장을 지지하겠지만 블랙 스완은 이미 소리 없이 우리 주위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국내시장에서도 올해부터 주식 공급 규모는 벤처업계 활성화 대책과 함께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모든 투자 자산의 미래가치를 감소시켜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위험을 많이 수용하는 적극적 전략보다 위험이 적고 통제 가능한 방어적 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주식이라면 소위 성장주보다 가치 주가 이에 해당한다. 즉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영업부문의 현금유입(Free Cash Flow)이 안정적이어서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들이 이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술주를 굳이 외면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트레이딩 대상으로 삼으면 어떨까? 채권은 투자주체, 투자목적에 따라 다양하지만, 장단기 채권의 적절한 조합이 좋겠다. 부동산은 가격하락이 불가피하겠지만, 현금유입이 안정적인 핵심자산(Core 자산) 위주로 투자대상을 찾는 것이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다.

최근 노르웨이 1조 1천억 달러의 국부자산인 Oil Fund의 운용전략을 수립하는 NBIM(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이 비상장주의 투자 비중을 높이고 부동산을 포함한 사모펀드(PEF)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방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의 세계(Investment Universe)에서는 투자 주체별로 선호하는 위험과 기대수익 조합이 다르고, 추구하는 투자 기간(Time Horizon)이 상이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하나의 투자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요동치는 글로벌 자산시장에 연준의 새로운 의장인 제롬 파월의 풋이 작동하길 기대하지만, 아직 막연한 희망일 뿐이다. 서서히 다가올 훌륭한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유동성 확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연간 37.4%(달러화 기준)나 상승한 국내 주식시장 덕분에 높은 투자성과를 이룩한 국내 기관투자자들 역시 축배는 잠시 물리고 시장의 움직임을 겸허하게 성찰할 시기이다. (이찬우 국민대 특임교수 / 前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