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상장사들이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자 주식거래 중단을 주가 보호의 안전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42개 종목이 주식거래를 중단했다.

이는 한 주 전보다 100개 이상 늘어난 것이다.

주식거래가 중단된 종목은 전체 상장사 3,400여 개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주 상하이증시는 미국의 주가 급락의 영향으로 거의 9% 하락했고, 선전증시는 8%가량 떨어졌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이 주가 폭락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주식거래를 중단하는 일은 종종 목격된다.

2015년 폭락장일 당시에도 2천800여개 상장사 중 단지 3%의 종목만이 거래되는 때도 있었다.

주식거래 중지를 통해 패닉을 억제하려 했으나 이는 투자자들의 주권을 침해하고 오히려 불안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들어 주식거래 중단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의 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내 주가 하락으로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위기에 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진콜을 당하면 주주들은 추가증거금 납부를 위해 주식을 매도해야 해 주가 하락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

지난 7일 선전에 상장된 금강유리(300393.SZ)는 주가가 앞서 29% 폭락하자 주식거래를 5거래일간 중단시켰다.

회사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매니저 뤄 웨이광이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88%인 2천100만 주를 대출 담보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주가가 마진콜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방고과(300449.SZ)와 세명과기(300522.SZ)도 지난 주 주가가 하락하자 주식거래를 중단했다. 두 회사 모두 대주주가 마진콜을 당했다고 밝혔다.

중국 항공 복합기업 HNA그룹의 계열 상장사들도 최근 연이어 주식거래를 중단했다.

HNA의 7개 상장사는 자산조정 등의 이유로 주식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으나 윈드 인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모두 주식을 담보로 대출에 나선 기업들이다.

중국 등기결산공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 A주 시장에 132개 상장사가 자사 주식의 50% 이상을 담보로 대출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사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담보로 활용한 기업도 700개사나 됐다.

중국 당국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낼 경우 주가가 하락할 때 마진콜에 내몰릴 수 있어 시장의 침체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국영 상해증권보에 따르면 지난 9일 상하이와 선전거래소는 브로커들에 주가가 마진콜을 요구하는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마진콜을 요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신 브로커들에 현금이나 토지와 같은 다른 담보를 요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상해증권보는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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