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비정유부문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앞으로 환율과 국제유가 등의 변동성이 정유사 실적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총 7조9천58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지난 2016년 7조9천514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결과로, 다시 한번 최대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업황 호조세에 힘입어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으나, 원화 강세와 국제유가 상승이 일부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본업인 정유부문이 잠시 주춤한 가운데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비정유부문에서 나왔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또한 지속적인 투자확대로 비정유부문의 이익기여도가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2천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늘었다.

작년 정제마진이 약보합세를 보이면서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7.6% 감소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비정유부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는 2조7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6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등 영향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부문에서 점차 수익을 확대해나갔고 2016년 들어 영업이익 3조원을 넘어섰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 줄어든 1조4천625억원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 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에쓰오일도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 등 다각화된 사업 영위로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시켜 왔다. 지난 2014년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이지만 2년 뒤인 2016년 비정유부문의 이익기여도 확대로 1조6천억원까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에서 석유화학과 윤활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3%와 29.2% 수준이다. 3년 연속으로 절반 넘는 영업이익이 비정유부문에서 나왔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16억원을 거뒀다. 2년째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이어갔다. 다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원화 강세 등 여파로 6.5% 감소한 수준이다.

정유부문만 보면 영업이익은 2.5% 감소했다. 비정유사업 가운데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11%, 18.8% 줄었다. 작년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GS칼텍스 영업이익 가운데 비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조금 웃돈다.

현대오일뱅크의 작년 영업이익은 1조2천605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무려 30.5% 증가했다.

지난 2016년까지 20% 안팎에 머물던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현재 3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서 설립한 현대케미칼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업황의 변동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화학 등 비정유사업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난 2014년 예상치 못한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사들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시현했고 이후로도 유가 등락에 따른 실적 부침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2016년 이후 유가가 점차 안정화되면서 실적도 나아지고 있지만,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로 여전히 외생변수에 의한 실적 변동성이 높고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유업체들은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을 확대하고 있다"며 "석유화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